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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628th] 강제 회수

레무이 2018. 5. 1. 07:30

아버지의 친구이자 전직 은행원, 지금은 고인인데, 이름은 후지키라고 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후지키 씨가 은행원이 된지 3년 정도 밖에 안된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 해의 전년도에 유명한 대기업 증권 회사가 파산해서, 그때부터 금융 기관의 파산이 잇따랐다고 합니다.


불황의 파도가 후지키 씨가 근무했던 은행에 밀려들어왔습니다.


경영 어려워진 은행이 할 일이라고는, 대출 경색과 대출금 강제회수입니다.


자금의 강제 회수와 같은 기분 나쁜 일은, 후지키 씨 같은 젊은 행원에게 시키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 해 여름. 후지키 씨에게 지역의 어느 자영업 생선 가게에서 강제회수 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그 가게의 주인, 일단은 타마 씨라고 하는데, 그는 인근에서도 매우 평판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가게 앞에서는 항상 위세가 좋아서 "매번 감사합니다. 5000만원 거스름 돈입니다!"라고 말하는군요.



나이는 40 전후로 아직 충분히 건강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후지키 씨가 강제 회수 이야기를 가져갔을 때 만큼은 얼굴이 질려서, 시선도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타마 씨는 "젊은데 그런 이야기, 힘들었겠구만"라고 얘기해주었습니다.


또한 "상사에게 이상한 명령을 받는다면, 어깨를 잡아 당겨 쓰러뜨릴 정도의 배짱을 가지라구."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래서 후지키 씨가 강제 회수 이야기를 한지 3일 후,


타마 씨는 자기 방 창문과 문을 접착 테이프로 밀폐하고 연탄 자살을 했습니다.


후지키 씨는 은행의 대표로, 타마 씨의 장례식에 방문했지만, 유족에게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뭘 하러 온거냐. 이 살인자!"


라고 욕하고 냅다 밀쳐졌다고 합니다.


후지키 씨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산도 쓰지 않고 울면서 걸어서 은행에 돌아왔습니다.



은행에 돌아와 그 상사인 타무라 씨 (가명)에게 보고하자, 타무라 씨는 한마디 "그래, 알았다"라고만 말했다고 합니다.



후지키 씨와 타무라 씨가 고개를 숙여, 어떻게든 분향을 허용한 것은 장례식으로부터 20일이 지난 때였습니다.


유족 분들의 눈은 차가웠지만, 다다미 방에 올라가 불단 앞에서 손을 맞췄습니다.



돌아가는 길, 후지키 씨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타무라 씨가 이상한 소릴했다고 합니다.


"손을 모으고 있을 때 말야. 누군가 오른쪽 어깨를 잡았다는 느낌이 들었어. 뭔가 기분나빠서 거의 집중이 안되더라구."


타무라 씨는 젊었던 시절에 강제 회수를 전담하여 했던 사람이라, 매우 신경이 굵은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 타무라 씨가 불안한 듯한 얼굴을 한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습니다.



그로부터 2주일이 지나고, 타무라 씨가 연탄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그 날은 정확하게 타마 씨의 49제 였습니다.


후지키 씨는 직감적으로 "타마 씨가 데려간 것인가?"라고 생각 했는데,


이상하게 자신은 걱정 없을 것이라는걸 느꼈다고합니다.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지만, 역시나 비슷한 꺼림칙한 일들이 계속되어서,


마침내 컨디션이 무너진 후지키 씨는 은행을 퇴직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백수로 지내다가, 결국 신문사에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자, 여기까지가 후지키 씨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후지키 씨, 지난 겨울에 자살했습니다.


연탄은 없었지만요.


유서에는 "여러 회사와 상점의 숨통을 찌르는 일을 한 결과다"라는 것이 써 있었다고,


유족으로부터 들었습니다.


타마 씨에게 사죄하러 간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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