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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지금 임신 중인데, 결혼 전까지 다니던 직장에 매우 사이가 좋은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Y씨라고 하는데, 밝고 깨끗하고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타입의 여성이었습니다.
어느 해 2월. 언니와 Y씨는 함께 발렌타인 초콜릿을 사러 갔습니다.
언니는 당시 남자 친구(지금의 남편)이 있었고, 그 사람을 위한 진심 초콜렛과 직장에서 너눠주기 위한 우정 초콜릿을 몇 가지 샀습니다.
그리고 Y 씨가 산 초콜릿을 보니, 우정 초콜릿 사이에 딱 하나, 비싼 초콜릿이 섞여있었습니다.
Y 씨는 평소에 남자 친구가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언니는 "Y 양, 그거 진심 초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Y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직 사귀는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번 기회에 고백 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언니는 "그래! 행운을 빌어!"라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Y 씨도 기쁜 눈치였습니다.
그리고 2월 14일.
언니는 남자 친구에게 초콜릿을 줬고, 직장 동료들에게도 우정 초콜릿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언니의 직장에서 여자끼리라도 신세를 지거나 친한 경우에 초콜릿을 주고받기도 해서, 언니는 Y 씨에게도 초콜릿을 줬습니다.
그리고 Y 씨도 언니에게 초콜릿을 줬는데, 여기서 서로 크게 웃었습니다.
함께 초콜릿을 사러 갔기 때문에, 둘 다 똑같은 초콜릿을 내민 것입니다.
그래도 정성이기 때문에 두 사람은 같은 초콜릿을 교환했습니다.
업무로 돌아간 잠시 후.
언니는 캐비닛 정리 중 Y 씨의 책상에 무심코 다리를 부딪쳐 버렸습니다.
그래서 불행히도 Y 씨가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초콜릿이 떨어져, 그 아래에 있던 물이 담긴 청소용 양동이에 빠져 버렸습니다.
언니는 큰일났다고 생각했지만 곧 자신도 같은 초콜릿을 가지고 있다는걸 기억,
대신 자신의 초콜릿을 Y 씨의 책상 위에 두었습니다.
원래 언니는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초콜릿을 매우 좋아하는 Y 씨가 먹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튿날 언니가 직장에 가니 Y 씨가 "어라, M (언니의 이름)양, 초콜릿 안먹었어?"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언니는 이상한 것을 물어보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초콜릿을 바꿨다는걸 혹시 알아챈건가.
하지만 조금 이야기해보니,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제 와서 "사실 초콜릿을 떨어뜨려서 내꺼랑 바꿨어"라고 말하는 것도 불편했기 때문에,
언니는 "응, 어젯밤에 돌아가자마자 자버려서, 아직 안먹었어. 오늘 먹을거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다음날 언니는 평소처럼 출근했습니다.
언니는 먼저 출근한 동료에게 "어젯밤, Y 씨가 죽었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집에서 사망하여 어머니에게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정말 믿을 수 없었습니다.
바로 어제까지 그렇게나 건강했고 평범하게 대화도 했는데, 슬프기보다도 먼저 망연자실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Y 씨는 아무래도 자살이라는 것.
유서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만 음독사라고 합니다.
언니의 슬픔은 여동생인 내 눈에도 너무나도 힘들어보였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어. 그렇게까지 힘들었다면, 왜 말해주지 않은거야?"
라고 몹시 우울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 언니는 결혼을 하고 임신, 친구를 잃은 슬픔도 누그러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언니가 그 당시의 우울하고 창백한 얼굴을 하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오히려 기분 탓인지 몰라도 그 당시보다 침울한 분위기로 보였고···
나는 걱정이되어 언니를 추궁했습니다.
언니는 드디어 무거운 입을 열고 말해주었습니다.
Y 씨가 죽고 나서 일년 후의 발렌타인.
언니가 남편에게 초콜릿을 주려는데, 남편이 힘들게 말을 꺼냈다고 합니다.
Y 씨가 죽기 직전, 그녀가 고백을 해왔다고.
"친구의 남친이라서 계속 참아왔지만, 견딜 수 없어서, 이제 끝내려고 해.
이대로 자살하거나 M을 죽이거나 해버릴거야."
그는 놀랐지만, Y 씨와 사귈 수는 없고, 언니와 결혼 할 생각이라는 것을 말하고, Y 씨를 납득 시키려고 했지만······
Y 씨의 자살 원인, 그것은 언니와 남편에게 있었던 걸까요.
나도 충격을 받을 정도인데, 언니는 더 크게 괴로웠을 것입니다.
위로의 말도 꺼내지 못한 나에게 언니가 말했습니다.
"자살이라면 차라리 괜찮은데." 라고.
어쩐지 떠올라 버렸습니다.
"초콜릿 안먹었어?"라는 Y 씨의 말.
유서도 없는 자살이라는, 너무 갑작스런 죽음.
그날, 바꿨던 초콜릿.
"자살하거나 M을 죽이거나 해버릴······"
"지나친 생각이야"라고 나는 언니에게 말했습니다.
"이미 끝난 일이잖아, 지금은 임신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서, 여러가지 일에 과민반응 하는거라구."라고.
진짜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만약 이 불안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렇게 생각하면 언니가 너무 불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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