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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646th] 응보

레무이 2018. 5. 19. 07:30

응보 - 어떤 행위에 대하여 받는 갚음.





지금부터 10년전의 이야기. 나는 학생이었다.



아르바이트 술집에서 만난 두살 위의 여자. Y라고 해둘까.


지금은 너희들과 같은 쓰레기지만, 당시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Y와는 어쩐지 서로 마음이 있어서 사귀기 시작했다.


나는 지방에서 올라와서 혼자 공동주택에서 살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일주일에 1~2회 정도는 우리집에 놀러오곤 했다.


우리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거나 하면서,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잔뜩 해댔는데.


Y도 지방에서 올라와서,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당시는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말했지만, 역시 당시에도 쓰레기였다.


Y가 임신했다. 물론 낳을리가 없지. 2명이 상담하고는 지웠어.


그리고 왠지 어색해져서, Y와 헤어지고 말았다.


결국 사귄 기간은 9개월 정도 였을까.


Y는 이 알바가 삶의 터전이었기 때문에, 그만둘 여유가 없었다.


결국 내가 그만두었다. 쓰레기지만 나름대로 죄책감도 있었고, 방도 이사했고 휴대폰도 바꿨다.


Y 관한 것은 모두 지우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어.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Y가 좋았으니까.




그로부터 5~6 년이 지난 후 갑자기 새 공동주택에 여자가 찾아왔다.


어디에서 어떻게 조사했는지 모르지만, 그 여자는 Y의 여동생라고 자칭했다.


내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기분이 나쁜 일은 없다.


아르바이트 동료들과 완전히 인연을 끊었기 때문에, 나의 새로운 주소를 알 리가 없었다.


Y의 여동생은 Y가 죽었다고 말했다.


병인지 사고인지, 아니면 자살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들으려고 하지 않았고, Y의 여동생도 말하지 않았으니까.


물론 죽은 것은 나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당연하다.


일단 서로 납득하고 이별했고, 그렇게 헤어진지 오랜 시간이 있었으니까.


Y의 여동생은 "부탁이니까 한번 성묘 가주기 바란다."고 말했고, 나에게 묘원의 주소가 적힌 메모를 줬다.


당장은 알았다고 말했지만 갈 수 있을리가 없다.


Y의 여동생에게는 "반드시 성묘하러 가겠다. 하지만 Y에 대한 것은 이미 추억일 뿐이다. 용서해달라", 그리고 은근히 다시는 나에게 찾아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제 나에게는 과거의 것이었고, 게다가 직장도 있다.


Y의 여동생에게는 미안하지만, 솔직히 기분 나빴기 때문에 메모도 즉시 버렸다.


확실히 Y를 좋아했던 때도 있었지만, 그때는 벌써 다른 여친이 있었으니까.


만약을 위해 나는 다시 이사했다. 혹시라도 다시 오면 싫으니까.




그 때 사귀던 여친은 A라고 하는데, A는 회사 동료였다. A는 사무직이고 나는 영업.


나는 매일같이 귀가가 오후 10시 이후가 되는 편이었다.


회사가 쉬는 전날에는 A는 때때로 밥을 해주러 우리집에 와서 자고가곤 했다.




Y 여동생이 나타난지 1년이 지났을까, 그 쯤의 여름.


비틀비틀 퇴근했는데 A가 밥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욕실에서 나와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A를 봤는데, 뭔가 A가 이상했다.


A가 이중으로 보이는 것이다.


나는 근시로 안경을 쓰기 때문에, 목욕 때문에 안경을 벗고 있던데다가 눈의 피로가 겹쳐 이중으로 보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 아니었어.


A와 거의 같은 크기의 인간이 20~30㎝ 정도 가까워 지거나 멀어지고 있었다.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을 보는 느낌.


어라? 이상하게 생각되어 안경을 썼는데도 보이고있다.


A에게 그런 말도 이야기를 할 수 없었는데, 너에게 여자가 한꺼풀 씌워져 보인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어째서 가만히 보는거? 뭔가 얼굴에 묻었어? 라는 표정이었다.


게다가 씌워져 보이는 것은 A가 아니다. 전혀 모르는 여자의 얼굴이야.


그때는 전등이 켜져서 불빛이 밝았으니까 겁도 왠지 없었다. 어쨌든 신기할 뿐.


오후 10시까지 일 따위는 블랙 회사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고 말하면 그만인건데, 내가 직접 경험해보니, 일에 너무 시달려서 환각이 나타났다고 생각했어.


아마도 그것이 보인 것은 30초 정도 였다고 기억한다.


가만히 A를 보고있었는데 그 이중 여자는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본격적으로 그것이 나온 것은 반년 정도 지나고 나서였다.


A와 침대에서 자고 있었을 때, 새벽 2시경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다. 술도 마셨고.


A가 갑자기 나를 일으켰다.


무슨 일이냐고 생각하며 A를 보니, A의 머리가 이상한 것이다.


오른쪽(내 쪽에서 보면 면 왼쪽)이 컸다.


놀라서 자세히보니 천천히 A의 머리 오른쪽에서 또 그 여자가 나왔다.


내 눈앞 30㎝ 정도에서.




그리고 그 여자가 히죽히죽 웃으며 나를 보고는, 뭘 했을거라 생각해?


천천히 A의 머리를 먹고있었어. 나에게는 먹고 있었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실제로 먹고 있던건 아니니까, A의 머리가 뜯겨지지는 않았지만, 눈으로는 나를 바라보며 A의 머리를 먹으면서 A의 머리에 겹쳐서 가라앉아갔다.


잘 설명 할 수는 없지만 상상해주길.


여자의 머리만이, A의 머리에 기어들어가거나 솟아나오고 있었다.


여자가 A를 먹을때마다 A가 괴로운 듯이 눈을 감았어.


"어쩐지 굉장히 머리가 아프다"고 A가 말하는데, 나는 가위에 눌린 상태였다.


여자는 마지막으로 굉장한 미소를 짓고 혀를 내밀면서 A의 속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이 때, 이 여자가 Y의 여동생이라는걸 알아차렸다고 해야할까? 머릿속에서 이해했다.


1번 밖에 만나지 않았고, 제대로 얼굴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나왔을 때는 몰랐다.


(그리고 나를 찾아왔을 때 제대로 Y의 동생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건 분명 Y 여동생의 생령이었던 것일까. 그렇게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A는 심한 두통이 생겼다.


A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이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관계 없다.


이런건 잘못된 원한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 이후로, A를 만날 때마다, 정말 뜬금없이 Y의 여동생이 나온다.


A가 목욕탕에서 나왔을 때,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우리집만이 아니라 밖에서 만날때도 마찬가지.


한번은 키스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A의 얼굴이 Y의 여동생이 되었기 때문에, 무심코 "히익"이라고 해버렸다.


지금까지 읽었다면 알겠지만, 난 그렇게 강심장이 아니다.


나는 A와 이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3~4 일에 한번은 Y의 여동생이 나왔다.


매일 나오는 것이 아니고, 어느 타이밍에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반대로 일상 생활이 굉장히 무서웠다.


거울을 보는 것도 무섭고, 일이 끝나고 아파트로 돌아와 커튼을 닫는 것도 무섭다. (가끔 창문에 비치기 때문)


전등을 끄고 잘 수 없게 되었다. 전기 요금이 매월 10만원 가까이 나오게 되었어.



일단은 Y의 여동생을 수소문했다.


만나서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닐지 모르지만, Y의 동생이 나를 원망한다면, 그저 용서를 구하려고 했어.


그렇지만 이름도 연락처도 몰랐고, 과감히 옛 아르바이트에 가 보았지만 당시의 알바 동료는 아무도 없고 직원들도 이동해 버려, 아무도 Y에 대해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력서 같은 것은 본사에서 일괄 관리한다고 한다)





그다음 의지한 것은 영능력자였다.


그 놈들은 나보다 쓰레기다.


처음에는 10~30만원 정도로 움직여주는데, 곧 100~300만원 정도의 본격적인 제령을 권한다.


게다가 효과는 없는 것과 다름 없었다.




마지막 병원.


처음부터 여기에 했어야 했다.


약은 처음에는 아리피프라졸, 다음에는 올란자핀을 처방해줬다.


(*아리피프라졸, 올란자핀: 조현병 치료제)


덕분에 요즘은 많이 편해졌다.


Y의 여동생도 최근에는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일도 그만두고 부모 슬하로 돌아간 것도 좋았다고 생각하고, 부모님에게는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30이 넘었고 병이 있으니까, 아마도 제대로 된 취업은 무리일거라고 생각해.


결말이 딱히 없는 이야기이지만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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