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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647th] 카펫 아래에는

레무이 2018. 5. 20. 07:30

적당히 1년 전, 4월 채용 예정인 졸업예비생이 일을 배울 겸 아르바이트로 사무실에 왔다.


그 중의 한 명(여성)이 인사를 한 뒤, 화장실에 가서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3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길래 걱정이되어 다른 여자 사원에게 보러 가달라고 했더니, 개인 칸이 한 곳 잠긴 상태였고


"노크를 해도, 불러도 대답이 없는데 어떻게 할까요?"


달리 방법이 없어서, 그 여자 사원과 나와 다른 남자 직원까지 셋이서 보러가게 되었다.



처음 들어가는 여자 화장실이라 망설여졌지만, 그게 중요한건 아니었다.


개인 칸 앞에서 불러보았지만, 역시 대답은 없다.


몇번이나 "들어갑니다"라면서 문을 열려고 했는데, 잠겨있어서 열리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양동이를 뒤집어 밟고 문 위에서 들여다 보니 그 아이가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뭔가를 쥐고 떨고 있는 듯 했다.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었다.


억지로 허리를 굽혀 손을 뻗어 화장실 자물쇠를 열어 여직원에게 들어가달라고 했는데,


"저는 이제 무리입니다. 가방을 가져다주세요. 오늘은 돌아갈게요."


라고 말해왔고, 돌아가라고 했다.



다음날 전화로 채용 사퇴를 전해와서 이해하고 서류쪽 정리할 일이 있으니 다시 내사하도록 했는데, 회사가 아닌 패밀리 레스토랑이 좋다고 했다.


그 다음날,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자, 그때와는 달리 차분한 그녀가 있었다.


서류를 대충 써달라고 마지막으로 이유를 물어봤는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날 처음 사무실에 들어간 순간, 거북한 느낌이 들었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안내되어 앉았는데, 이 자리가 그 거북한 느낌의 바로 앞이라고 생각한 순간 책상 아래에서 기척을 느꼈고, 발밑을 보니···



어떤 여자가 무릎을 세워 웅크린 채로 이쪽을 노려보며 양다리를 꽉 잡아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남성 사원 전원의 책상 아래에서 같은 얼굴이 직원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여성 사원의 책상 아래에는 수많은 머리카락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도망쳤고, 화장실에서 이 부적을 쥐고 있었다고 말하면서 부적을 보여줬다.



선명하게 손의 형태가 남아있는 부적이었다.




"그렇게 말하는걸 보니 '보이는' 건가요?"


라고 묻자,


"조금 보이는 편인데, 이렇게 강렬한 경우는 처음입니다. 이전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어떤 사람입니까? 상당히 원한이 있는 표정이었어요."


그래서 생각해보니 전에 거기에 있던 것은 A양.


평범한 여사원이라 문제는 일으킨 적 없었고, 희망 퇴사를 모집할 때 손을 들어 퇴사한 사람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말했다.


"돌아가서는 사무실 바닥을 확인하고, 액막이 소금과 이 부적을 붙이세요"





회사에 돌아가서는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곤란했다.


상사에게 일신 상의 사정이라며 적당히 얼버무리고, 동료 남성 몇 사람에게 밤에 남아달라고 부탁했다.




일단, 그 아이가 앉은 자리 아래를 조심스럽게 들여다하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뭔가 있을텐데···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의 책상 아래를 봐도 아무것도 없다.


동료는 "뭘 찾는거야? ㅋㅋ"라면서 웃었다.


그 중 한 사람이 무심코 그 아이가 앉은 자리의 카펫을 휙휙 넘겼다.


"뭔가 있는데?"라고 말하는 것과 동시에 향 냄새가 났다.


사무실은 신식으로 바닥 아래에 OA플로어(*)가 있었고, 그 위에 카펫이 깔려있었다.


(*OA플로어: 이중 바닥으로, 바닥에 네트워크 연결 등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 것)


그 OA플로어 아래에 직원 여행 때에 찍은 단체 ​​사진 있었으며, 그 위에 향이 타고 있었다.


모두 당황해서 자신의 자리 카펫을 뒤집었더니,


이번에는 여자 사원만 찍힌 단체 사진에 A양을 제외하고 모두의 얼굴에 짧은 향이 박혀있었다.


여자 사원들의 좌석 아래에는 머리카락이 감겨진 향과 붉은 색으로 작게 한(恨, 원한)라고 빽빽히 쓰여진 종이.


부장의 자리 아래에는 "죽으면 좋을 텐데"라고 어지럽게 적혀있는 종이가 여러장 나왔다.



너무나도 난처한 상황이라 손대는 것조차 무서웠다. 어떻게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가르쳐준 아이에게 전화했다.


잔뜩 나와버렸다고 말하자,



"그것은 직접 만지면 안됩니다. 없애려면 소금과 섞은 긴 젓가락으로 집어 봉투에 넣고, 봉투에도 소금을 넣어 입구를 단단히 봉해서 곧바로 절에 부탁하여 보관하거나 버리도록 하세요."




그대로 했고, 동료들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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