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th] 토끼 사육

나는 초등학교 6년 동안 사육 위원이었다.

토끼 사육장은 18제곱미터 정도의 넓이로, 탈출 대책으로 콘크리트로 벽을 쌓고 흙을 깔아서 울타리를 만든 것이었다.

2학년의 봄. 바보같은 여자아이가 우리에 격리되어 있는 수컷 토끼를 풀어줘 버렸다.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토끼는 암수를 함께 놔두면 엄청난 기세로 번식한다.

3학년의 봄을 맞이할 무렵에는 먹이용 양배추 네통을 하루 아침에 없애 버릴 정도로 토끼가 증식하고 있었다.

4년의 여름. 사육 위원장이 교감 선생님에게 토끼를 처분해달라고 요청했다.

대량의 토끼 분뇨와 시체 처리를 하던 우리들은 이미 한계였다.

바로 교사 회의가 열렸고, 이 제안은 "생명을 함부로 하는 것은 도덕에 어긋난다"라며 기각되었다.

대안으로 근처 주민에게 분양을 모집했지만,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효과는 미미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여름 방학 직전 7월 18일. 사건은 일어났다.

언제나처럼 청소와 먹이를 주기에 토끼 사육장에 도착한 나는 어떤 위화감을 느꼈다.

토끼가 없다.

평상시라면 흙 위를 뛰어 다니고 있어야 할 몇 마리의 토끼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예감은 토끼 사육장에 들어간 순간, 확신으로 바뀌었다.

토끼의 배설물이 비정상적으로 적은 것이다. 평상시라면 빽빽하게 흩뿌려져 있어야 할 배설물이 전혀라고 해도 좋을만큼 없었다.

나는 이 사건을 선생님에게 보고하고 방과후 곧바로 토끼 사육장의 바닥을 파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토끼가 죽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만약이라는 일이 생겼을 때, 전교생에게 미칠 영향은 헤아릴 수 없다"

라며 파내는 것을 여름 방학까지 기다렸리도록 했다.

그리고 여름 방학 동안, 선배 사육 위원까지 총 9명이 참석하여 파내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거기서 우리들은 말도 안되는 것을 보았다.

토끼는 집단 생활을 하면서 둥지를 만들 때 큰 광장과 같은 촌락과, 거기에서 분리된 작은 방을 만드는데,

대량의 토끼들 모두가 중앙의 마을에 모여 죽어 있었다.

그리고 죽은 모습도 심상치 않았다.

덩치 큰 토끼가 둥글게 뭉쳐서, 안쪽의 토끼를 꽉 감싼 상태로 죽어 있었던 것이다.

중심부에 있던 어린 토끼는 상당한 압력이었는지 보기에도 참혹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너무나도 기괴한 상황에 놀라서, 우리들은 구역질을 참으며 작업을 진행했다.

올라온 시체의 수는 98마리.

분명히 이상했다.

학교 측도 사태를 심각하게 보았는지, 경찰에 신고.

경찰이 조사를 했지만 범인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자물쇠를 파괴한 흔적도 보이지 않고, 근처의 수의사에게 비교적 양호한 시체를 부검 해달라고 한 결과, 사인은 쇼크사 였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그 이상의 성과는 나오지 않았고 조사는 일주일 만에 중단되었다.

그 토끼 사육장은 해체되지 않고 업체에 추가 토끼를 주문하고 운영을 재개했다.

그리고 내가 졸업 할 때까지 토끼가 사육되고 있었다.

그 토끼 사육장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