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2nd] 불행 앞에 나타난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만 보이는, 집안에 불행이 있기 전에만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수십 년 전부터 같은 모습이니까 사람이 아니지만, 편의상 여기에서는 사람으로 표기한다.

할머니가 죽기 전이나 할아버지가 죽기전, 그때 거의 교류가 없었던 삼촌의 죽음 전에도 보았고,

사촌의 아내 등 혈연 관계과는 상관없이, 일가의 불행한 일이 있을 때 나타났다.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거기에 있을 뿐, 그냥 보기에는 평범한 사람.

하지만 평범하지 않다고 인식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언제 어떠한 경우에도 같은 차림에 같은 얼굴.

그리고, (아마도) 나에게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성별은 불명.

남자로도 보이고 어쩌면 여자같기도 하다.

그저 무표정, 시야에 들어오는 아슬아슬한 위치에 그냥 서 있을 뿐이다.

집안에서는 본 적이없고, 바깥에서만 보았다.

대개는 멍하니 있다보니 시야에 어느새 들어와 있었다는 정도의 존재.

다만, 그 사람이 보이면 어김없이 집안에 불행이 찾아왔다.

오랫동안 집안에 불행이 없어서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는데, 지난 봄에 오래간만에 나타났다.

집 근처의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는데, 도로 건너편의 집 앞에 또 다시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아, 누군가 죽는구나'

라고 멍하니 생각하는 동안에 그 사람은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그 때로부터 3일 정도 지난 어느 날의 자정.

근처 편의점까지 쇼핑을 갈 때, 또 그 사람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불행이 있기 전에 여러 번 연속으로 나타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황해서 멈칫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정신이 팔려버린 사이에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 한 것이다.

그야말로 위기일발, 자전거의 앞바퀴와 차와의 간격이 몇 센티미터 수준.

나도 부주의했지만, 일시 정지도 없이 돌진했다는 것에 불평을 하려고, 몇 미터 앞에 멈춰있는 차까지 가서 운전석 문 너머로 안쪽을 보고는 몹시 놀랐다.

운전석에 있던 것은, 지금까지의 무표정이 아니라 매우 얄미운 표정을 짓고있는 그 사람.

"칫"하고 혀를 차더니 떠나버렸다.

그때까지는, 집안의 불행을 일러주는 아군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집안에 불행을 불러오는 장본인이 녀석이라는걸, 그 표정을 보고 납득했다.

그때 이후로 그 녀석은 본 적이 없고, 집안에 아무도 죽은 사람은 없다. 물론 나도 죽지 않았다.

죽이지 못한 나를, 언젠가 살해하러 오지 않을까, 지금도 걱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