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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654th] 잇자국

레무이 2018. 5. 27. 07:30

이것은 지금부터 13년 전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지금도 그게 무엇이었는지는 모릅니다. 빨리 잊어버리고 싶습니다.



당시 나는 도쿄에 올라왔을 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할아버지께 받은, 너덜너덜해서 어느 시대인지도 알 수 없는 도쿄의 지도를 손에 들고 낯선 도시를 방황했습니다.


상경한 이유는 일자리였습니다.


지방에서 일자리를 구하는데 허탕을 치던 나는, 먼 친척을 믿고 올라온 것입니다.


"일자리는 모르겠지만, 사는 곳이라면 저렴하게 구해줄게."


촌수로는 삼촌인 그 사람은, 전화로 밖에 말한 적이 없었고, 전적으로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그 때의 불안한 마음은 어떤 전조였을지도 모릅니다.



보기로 한 공동주택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저물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몸집이 큰 아줌마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잘 오셨어요. 피곤하죠? 안내해드릴게요."


나는 안내하는 대로, 그 어둑한 공동주택에 들어갔습니다.


얽혀 복잡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거기서 건물이 더욱 후미진 곳으로 뻗어있어서, 나는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잡초도 제멋대로 자라있었습니다.


실제로 날도 저물어 가고 있었지만, 마치 어두운 동굴에 들어가는 듯한 착각마저 느꼈습니다.




어느새 아줌마의 등에 붙어있던 파리가 묘하게 무서웠던 나는 짐을 꽉 쥐고,


"하하, 도쿄는 처음인데요. 사람이 많네요~"


라고 큰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돌아서서,


"조용히!"


라고 소리쳤습니다.


나는 그 때, 그 아줌마가 여장한 아저씨라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순간의 고함소리가,


남자의 목소리였습니다.





나는 잔뜩 쫄았고, 그 때 도시의 무서움을 느꼈습니다.


지금와서는 거기가 이상한 곳이었을 뿐이라고 자각하고 있습니다.



방은 비릿한 냄새를 제외하고, 가구도 갖추어져 있어서 불평할 만한 곳이 없었다.


그러나 도쿄의 집세는 아무리 친척 가격이라고 해도, 90만원으로 비쌌다.


다다미 6장 크기의 방과, 습기찬 부엌. 물은 탁했다.


하지만 개인 화장실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그러나 와식 변기의 구멍은 여름의 열기에 의해 굉장한 냄새였다. 뚜껑을 덮었는데도 냄새가 날 정도로···


아줌마··· 아니, 아저씨의 짙은 화장은 번쩍번쩍 빛났고, 퀴퀴한 화장품 냄새가 계속해서 구역질났습니다.



그리고 화장을 지우고 아저씨가 이번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찾아와서 인사를 했습니다.


"먼 길오느라 수고했러. 일이 있어서 마중 못나가서 미안해. 여자분이 응대해줬지? 어땠어?"


"네?"


"예뻤어?"


그렇게 말하면서 통통한 아저씨는 내 눈을 슬쩍 쳐다봤습니다.


그런데, 아이라인인가요? 눈앞에 아직 화장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었습니다.


"그런가요···"


모호한 말로 대답하자, 아저씨는 노골적으로 기분나빠했습니다.


방에 맴도는 지독한 냄새와 나의 진땀, 그리고 아저씨의 화장품 냄새가 바람도 없는 다다미 6장의 방에 가득했습니다.





그날 밤, 먼지 냄새나는 뻣뻣한 이부자리에서 피곤함 때문에 억지로 잠을 청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요. 어두운 방 안에 움직이는 것이 여럿 있었습니다.


기척이랄까 소리랄까,


···썩은 냄새라고 할까.


어쨌든, 뭔가가 내 이불 주위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습니다. 생각보다 더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다음 날, 몇군데를 돌며 아르바이트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찾을 수 없었고, 다방에서 커피를 주문하고는, 거리의 떠들석함에 위축되어 작아지고 쓸쓸해졌습니다.


문득 나는, 커피 잔을 들고있는 손목에 눈이 멈추었습니다.


···잇자국?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잇자국이 생겨있었습니다.


나는 잠에 취해 깨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보다 훨씬 작은 잇자국이 있는 손으로 마시는 커피는 맛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이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돌아갈 곳은 공동주택이었습니다.


아저씨를 만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떨면서 방에 빠른 걸음으로 돌아와 현관을 잠궜습니다.


비린내는 조금 가라앉았지만, 새로운 잔향으로 화장품 냄새가 방에 감돌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침이 잔뜩 묻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자도있는데, 또 다시 어떤 기척이 느껴집니다.


고양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열대야 같은 (실제로는 아직 여름은 아니었습니다) 무더위 속에서 땀을 흘리면서도 이불 속에서 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참지 못하고, 어둠 속 이불에서 갑자기 손을 내밀어 그 검은 덩어리쪽으로 확! 하고 이불을 치웠습니다.


기분 탓일 뿐이라는걸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나의 손등은 차가운 무엇인가에 부딪혔고, 그것은 기세좋게 벽에 부딪혔다가 다다미에 굴렀습니다.


나는 손에 느껴진 감촉에 등골이 얼어붙었습니다.


옛날 젊은 시절에 싸움을 하다가 때린 뺨의 느낌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검은 덩어리가 대굴대굴 구르다가 멈추었습니다. 그 때 문득 그것이 인간의 머리라는 것을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찰나,


"여기가 어디야!"


갑자기 그것이 낮고 무시무시하게, 귀에 익은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기절했던 모양입니다.



일어났을 때, 많던 머리들은 사라져 있었습니다.


나는 땀에 흠뻑 젖어있었기 때문에 몸을 닦기 위해 셔츠를 벗었습니다.


그리고 경악했습니다.


···전신에 잇자국이 잔뜩 있었습니다. 스스로 잠에 취해 깨문 것이 아닙니다.


그 증거로 내 뺨에도 피가 나올 것 같은 정도의 잇자국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잇자국은 큰 것에서 작은 것까지 다양했습니다.


나는 비명을 지르고 밖으로 나가려다가, 면도는 잊지 않았습니다.



아줌마 아저씨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나는 점점 심리적으로 내몰렸습니다.


실제로 이 무렵의 나는,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행동을 했습니다.


그 중의 제일이라면 여전히 계속해서 그 방에서 자던게 아닐까요?



내 몸무게는 10kg 이상 줄어들고 곁눈질로 기분나빠할 정도로 창백해져 있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일도 전혀 구할 수 없었고, 지쳐서 돌아오는 매일이었습니다.


잇자국은 하루만에 사라지지 않고 전신에 뒤덮혀서, 면접관에게 "그 잇자국은 뭡니까?"라고 질문받았는데, 그다지 괜찮은 변명도 없었고, "물리고 있어서요."라고 했더니 쓴웃음을 짓는 것입니다.


여친에게 당했다고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한계는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환상을 보게되고, 잇자국을 숨기기 위해 온몸에 붕대를 감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바깥에 나가 낯선 사람에게 "안녕하세요!"라고 큰 소리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치기 직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날 밤 아저씨로부터 "먹어 둬"라고 쓰여진 종이와 에너지 음료가 방에 놓여 있었습니다.


나는 피곤했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꿀꺽 꿀꺽 마셨습니다.


그리고 나는 평소보다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한밤 중에 깨어 났을 때 개운하게 머리가 맑아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 몸에 얽혀있는 10여개의의 검은 덩어리가, 나를 물고있다는 것을, 이상하게도 뚜렷하게 인식했습니다.


무서움이 들지 않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그랬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생각은 냉정했지만, 감정은 절정에 도달했던 것입니다.


말 없이 일어서자, 어두운 방에서 검은 덩어리들이 스스슥 다다미를 구르며 나아가서, 부엌으로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는 "기다려!!!" 라고, 지금까지 해본 적 없었던 고함을 지르며 부엌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왠지 화장실로 도망갔다는 느낌이 들어서, 화장실로 뛰어 들었습니다.


화장실은 와식이었지만, 안은 깜깜합니다.


전등을 켜려고 했지만 켜지지 않았고, 나는 짐 상자를 뒤집어 손전등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웃으면서 화장실에 빛을 비췄습니다.


어둠에 비춰지는 오물. 눈을 부릅뜨자 구더기가 꿈틀거리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쪽을 멍하게 바라보는 많은 썩은 머리들, 그리고 백골이 된 머리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나의 분뇨 투성이가 된 채로···




기야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비명을 지르고, 왠지 모자를 손에 들고는, 속옷 차림 그대로 문을 박차면서 튀어 나왔습니다.


"갸아악!"


문 너머에 누군가가 있던 것 같았습니다.


뒤돌아 보니, 여장한 아저씨가 마스터 키와 톱을 가지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갑자기 열지 말아라!!"


그렇게 혼난 나는, 암 생각 없이 화가 나서 근처의 돌을 휙휙 집어 던졌습니다.


아저씨는 비명을 지르며 움츠렸습니다.


나는 어느덧 던지던 돌이 사람의 머리라는걸 깨달았습니다.


그것들이 아저씨를 물어뜯고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살을 뜯기고 있는지, 계속해서 비명을 질렀습니다.


나는 두려운 마음에 공동주택를 뛰쳐 나왔습니다.




그 이후로 아저씨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고, 연락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 머리가 유령이었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그 공동주택에 있는 동안 계속 매일 분뇨를···



그로부터 13년이지 지난 지금은 오래된 기억이 되었지만,


내 목덜미에 남은 하나의 잇자국은 오랜동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내가 때렸던 머리가 물었던 자국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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