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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685th] 죽여버릴거야!

레무이 2018. 6. 29. 07:30

젊은 커플이 드라이브 중에 어느 고갯길을 지나고 있었다.



날은 완전히 저물어 있었다.


마주 오는 차량도 드물었고 가로등도 없다.


 


조수석의 그녀는 말하다가 지쳤는지, 양털 담요를 덮고 가벼운 숨소리를 내고있다.


운전하는 그는 졸음을 떨치기 위해서 차 밖의 어둠에 눈을 부릅뜨고 집중하고 있었다.



고개를 절반쯤 넘고 있을까 하는 무렵, 그는 하나의 백색 세단이 갓길에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심코 그는 차를 감속했다.


이런 곳에 세워져있는 차량은 대부분 호텔에 묵을 돈이 없는 연인들의 긴급 호텔 대용이 되기 때문이다.


세단의 뒷유리 너머로 들여다 보려는 순간, 세단의 문이 갑자기 열리고 안에서 나온 여자와 눈이 마주 쳤다.


그는 어색했기 때문에 차를 급발진시키고 그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여자가 그의 차를 보고 있었다.




백미러 너머로 강렬한 시선을 느끼고 문득 올려다 보니, 무려 여자가 달려서 그의 차를 쫓아 오는 것이 아닌가!!


어색함이 공포로 변했다.


그는 차량의 속도를 올렸다.


고개를 넘는 좁은 길을 자신의 차량의 한계까지 가속했다.


하지만 도저히 사람이 따올 수 없는 속도를, 여자는 따라온다.


그는 브레이크 램프에 빨갛게 비친 여자의 얼굴을 보고 전율했다.




산노파! 산노파야!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 읽고, 이후 마음속 공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된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머리를 흩날리면서 다가오는, 주름투성이의 추악한 귀신의 얼굴.


그는 필사적으로 사과하면서 액셀을 바닥까지 밟아댔다.




정신이 들었을 때 그는 산기슭의 편의점 주차장에 있었다.


조수석의 그녀가 눈을 떴다.


그는 그녀에게 지금까지 고개에서 일어난 일의 자초지종을 말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점차 잠이 깨어왔는지 그녀의 표정이 경악으로 바뀐다.


그는 그녀에게 말하면서 살았다는 실감이 났고, 그때까지의 긴장이 단번에 풀렸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뭔가 납득한 듯이 말했다.





"나··· 꿈을 꾸고 있었어. 당신의 차를 필사적으로 쫓는 꿈을···.


당신이 고개의 한가운데에 나를 버려두고 가버리는거야. 아무리 불러도 불러도 기다려주지 않았어.


그때 정말 순간적으로


'죽여버릴거야!'


라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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