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7th] 기억

내가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이혼.

현재는 어머니께서 재혼했고 8살의 동생, 6살의 여동생, 3살의 쌍둥이 동생이 생겼다.

그 중의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의 이야기.

어느 날 계단의 층계참에 검은 그림자가 앉아 있었다. 중학생 정도의 소년인데 벽 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무릎을 안고 앉아있었다.

그 집에서 사진을 찍으면 대량의 오브(*)가 찍히기도 하고 (디카, 일회용 카메라도)

(*오브: 심령사진에 찍히는 빛나는 구체)

한밤중에 발소리가 들리기도 해서 무서웠다.

그 상태가 당분간 계속되던 어느 날 아침에 아버지가 꿈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2층 침실에서 아래로 내려갔더니 중학생 정도의 소년이 있었다.

아버지는

"어째서 여기있는거냐! 너의 집은 여기가 아니니까 나가라!"

라면서 거칠게 문앞까지 끌고갔다.

그러자 소년은,

"언제나 떠들썩해서 부러웠다. 함께 놀고 싶다"

라고 울면서 사과했다고 한다.

"그럼 다음에는, 이 집의 아이로 태어나서 오거라. 우리 집이 부자는 아니지만 언제나 행복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말하자, 소년은 고개를 숙이고 현관에서 나갔고, 그 때 일어났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어머니와 나에게 웃으면서 했다.

내가 "아··· 언제나 계단에 있는 아이인가···"라고 말하자, 어머니와 아버지는 깜짝 놀란 눈치였다.

아버지는 내 말이 맞을거라는 눈치였는데, 어머니는 여전히 무서워하셨다.

육아와 가사에 쫓긴 어머니도 이미 잊어버리신 듯, 매일 변함없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세월은 흐르고 쌍둥이들이 겨우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어머니가 문득 생각 난 듯 말을 걸었다.

"너희들은 태어나기 전에, 어디에 있었어?"

그러자 쌍둥이 중의 형은 "몰라"라고 대답했다.

역시 그렇겠지~ 쓴웃음을 지었는데, 동생은,

"계단!"

이라고 대답했다.

어머니와 나는 깜짝 놀라, 무심코 얼굴을 마주했다.

정말로 태어나서 왔는지, 뱃속에 들어있을 때의 기억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이상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