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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686th] 지로우 씨

레무이 2018. 6. 30. 07:30

23년 전의 이야기.



내 지역은 시코쿠 산맥에 있는 작은 주택지나 마을정도였는데 당시도 지금과 변함없이 200명 정도가 살고 있었다.


마을의 중심인 계곡 주위로 좁은 평지가 있어서, 그곳에 마을의 집들이 밀집되어 세워져 있는 곳.


그 마을의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산의 경사면의 중간에 외따로 한 채, 낡은 단층 집이 세워져 있었다.


거기가 지로우 씨의 집이었다.


지로우 씨는 20대 중반이라고 했는데, 집 앞에 있는 손바닥 만한 밭을 일구고 살았다.


키는 우리 아버지보다 상당히 컸으니, 아마도 180센티미터 정도 되지 않을까.


아이의 시선이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겠다.


지로우 씨는 탄탄한 몸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을 하고 머리는 어깨까지 길어 있었다.


그 머리는 잘 손질되어 있었는지 솔솔 바람에 흔들리던 것이 기억난다.



나는 지로우 씨를 잘 따랐기 때문에 자주 놀러 갔다.


우리 마을에서 초등학교까지는 멀었고, 친구는 모두 시내에서 살았기 때문에, 놀 상대가 없었다는 것도 있었을 것이다.


초등학교까지는 매일 할아버지가 소형 트럭을 몰고 마중나와 주셨다.





지로우 씨는 상당히 나이든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온통 백발에 비쩍 마른 할아버지는 항상 검은 옷을 입고 지로우 씨의 곁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를 싱글벙글 쳐다 볼 뿐이었다.


그것은 내가 지로우 씨와 놀고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을에 한 개 밖에 없는 가게에 함께 과자를 사러 갈 때도 할아버지는 성큼성큼 따라왔다.


지로우 씨의 집에서 평지에 있는 상점까지 다녀오려면 길고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려야 했는데, 할아버지는 항상 늦지않고 따라왔다.


나는 아이였기 때문에 뛰었고, 지로우 씨는 키가커서 걸음이 빨랐을텐데.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가 말하는 것을 들었던 기억이 없다.





한 여름 밤. 지로우 씨가 갑자기 집에왔다.


나는 채널이 2개 밖에 나오지 않는 텔레비전으로 뭔가 보던 중이었다. 시간은 모르겠다.


지로우 씨는 현관에 들어왔는데, 함께 다니던 그 할아버지는 문 밖에 서있었다.


지로우 씨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무언가 이야기를 하다가 15분 정도 후에 돌아갔다.


부모님은 왠지 불안한 모습으로 속삭이고 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포함한 네 명이서 늦게까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지로우 씨가 우리집에 온 그 주에 갑자기 마을 전체가 마을 집회소에 모이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둘러앉은 한가운데에, 지로우 씨와 지로우 씨의 할아버지 만이 서있었다.


할아버지는 평소대로의 모습이었지만, 지로우 씨는 왠지 밑단이 길고 흰 옷을 입고, 손에는 끝에 고리가 달린 철 막대를 들고 있었다.


옷자락의 발목은 부분은 꽉 졸라매어져 있었고, 발에는 흰 버선을 신고 있었다.


어른들은 어쩐지 겁먹은 듯한 눈치였다.


지로우 씨는 어른들에게,


"여기 가만히 있게, 내가 돌아올 때까지 결코 여기에서 나가지 않도록."


라는 말을 남기고, 할아버지와 둘이서 집회소를 나갔다.


나는 그 후에 잠들었다.




몇시 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른들이 술렁이는 소리를 듣고 나는 눈을 떴다.


말을 들어보니, 지로우 씨가 돌아와 있었다.


지로우 씨는 땀을 흠뻑 흘려서 머리카락이 얼굴에 잔뜩 붙어 있었다.


흰 옷의 가슴께가 벌어져있었고, 허리까지 진흙이 빽빽이 달라 붙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나는 것은 그의 양 어깨에 검 붉은 진흙의 흔적이, 작은 이빨자국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각자가, 지로우 씨에게 감사 인사를 했던 것 같다.


지로우 씨는 그것을 일일이 받아주며,


"이제 걱정 없다."


라는 말을 여러 번 입에 올렸다.


무슨 일인지 잘 몰랐다.


거기에는 항상 지로우 씨와 함께 있던 할아버지의 모습은 없었다.


 


지로우 씨는 다음날부터 사라졌다.


부모에게 물어도 모른다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지로우 씨에 대해서 잊어버렸다.




최근 들어, 나는 문득 지로우 씨가 떠올랐다.


여러가지 생각해 보면, 지로우 씨는 1년 정도 밖에 마을에 머물지 않았던 것 같다.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알겠는데, 그런 좁은 밭을 일구는 것만으로 청년과 할아버지 두 사람이 살 수는 없다.


지로우 씨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고향에 간 참에 부모님께 물어보자 몇 가지 가르쳐 주었다.




지로우 씨는 수행자였다.


시코쿠에는 석추산(石鎚山: 이시츠지 산)이라는 영봉이 있는데, 그곳을 중심으로 수행하는 수행자 중 하나 였다고 한다.


당시의 우리 마을에는 의심스러운 죽음이나 실종자가 생기거나, 기형의 아이가 태어나거나 사산, 유산이 계속되는 등, 흉흉한 일이 생겼다고 한다.


확실히 내가 어렸을 때는 자주 산 수색이 벌어졌다는 것을 기억한다.


아기라는 것도 본 적이 없었다.


원인 불명의 불행한 일로 고통받는 마을의 어르신들이 모여 그 연줄로 지로우 씨를 마을에 불렀다고 한다.


지로우 씨의 생활비는 마을이 조금씩 내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는 마을의 불행의 원인을 찾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원인을 알아낸 지로 씨는, 그날 밤 혼자 그 일을 해결하고 마을에서 떠났다고 한다.





그 원인이란? 나는 부모님께 더 물어봤지만, "우리는 모른다"는 대답을 들었다.


나는 그 할아버지에 대해서도 물어 보았다.


"할아버지는 지로우 씨의 아버님이나 할아버지 였던거야?"


라고.


부모는 그런 할아버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지로우 씨는 혼자 와서 혼자 살고 그리고 떠나 갔다고.


지로우 씨를 부른 마을의 노인들은 이미 돌아가셨고, 그들의 가족에게 물어봐도 모른다는 대답 뿐이었다.


그에 관련된 단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없다.


살아있다면 이제 50세 쯤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 그를 만난다고 해도 알아볼 수 없다.





다만, 마을에서 이야기를 듣다보니 한가지 새롭게 알아낸 것이 있다.


메이지 시절(1868~1912년)까지도 마을은 빈곤했다.


원래 임업에 종사했고, 작물 등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먹을 것을 구하기 곤란한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려가는 숲이 있었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다.


그리고 부모들은 아이의 머리에 돌을 내리쳤다.


절명하기까지 몇 번이나.


숨이 멎으면 묻었다.


그리고 마을에 돌아와서 모두에게 "아이가 행방 불명이다!"라고 말하며 돌아다녔다.


모두들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행방 불명의 소문만이 남았다.


옛날에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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