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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1층의 귀퉁이 방. 입지 조건도 좋고, 일조도 양호. 완벽합니다.
이사 첫날은 도와 준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밤을 샜습니다.
다음날 오후. 친구들이 돌아간 후 샤워를 했습니다.
친구들 중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어서 머리에 배인 냄새가 신경쓰였습니다.
머리는 저의 자랑입니다. 파마도 염색도 한 적이 없는 직모 흑발. 손질도 거르지 않습니다.
그날도 샴푸, 트리트먼트, 린스를 마치고 산뜻한 기분으로 욕실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어젯 밤의 뒤처리입니다.
지저분한 스낵 봉지와 빈 병을 처리하고 진공 청소기로 청소하는데 이상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긴 머리카락이 잔뜩 떨어져 있었습니다.
제 머리 정도의 길이였는데, 헤어 스타일이 다릅니다.
친구들 중에는 머리가 긴 여성은 없었고, 이사한지 얼마 안된 방인데···?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아마도 저의 머리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오늘은 어제 이사를 도우러 올 수 없었던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친구가 근처 역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고, 저는 역으로 갔습니다.
그 친구는 영감이 강하기로 유명했는데, 머리카락에 대해서 특별히 신경쓰지 않았고, 그저 두서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아파트로 돌아갔습니다.
···?
방바닥에 다시 긴 머리카락이 떨어져있었습니다. 뭐, 아까 치우는걸 잊어버렸을 것입니다.
빨리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친구는 다른 지방에서 찾아왔기 때문에, 당연히 자고갈 예정입니다.
"샤워 좀 쓸게."
마치 자기 집 처럼 친구는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욕실에 들어갔고. 샤워 소리가 들립니다.
그런데 갑자기 수도꼭지를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싶더니, 당황한 친구가 욕실에서 나왔습니다.
"요, 욕실에···"
친구는 새파할게 질렸습니다. 일단 진정시키고 나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욕실에 머리 긴 여자가 있었어!"
이곳은 신축 아파트입니다. 유령 따위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설명해도 친구는 돌아가겠다며 듣지않았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멀리서 왔으니 이 시간에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나는 이 방에 못있겠어. 나는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밤을 샐테니까. 너도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해."
그렇게 말하고 친구는 나가 버렸습니다.
혼자 남겨진 저.
낮에는 머리카락도 있었고 역시 불안했습니다.
'괜찮아. 여기는 신축이야.'
친구에게 한 말을 혼잣말로 되뇌이며, 저는 샤워를 했습니다.
"영감이 강한"이라고 해도 생각이 없는건지. 이사한 기분까지 망쳐버리다니.
마음 속으로 친구에게 욕을 퍼부으며 샴푸를 하는데···
머리에 위화감이 있습니다.
두피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손톱을 세우지 않고 손가락으로 마사지를 하듯이··· 평소대로의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
나는 샴푸질을 하는 손을 멈추었습니다.
···!
나는 머리에 올린 양손을 조심조심 눈앞으로 가져 왔습니다.
···!
손톱을 세우지 않고 손가락으로 마사지를 하듯이··· 또 다른 손이 내 머리를 감기고 있었습니다.
"누구야!?"
뒤돌아 보니 얼굴에 화상을 입은 여성(인가?)이 제 머리 위에 손을 얹은 채···
"···아름다운··· 머···리··· 구나···"
확실히 여성의 목소리였습니다.
샤워기의 물소리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저는 샴푸의 거품을 씻어내지 않고 기절해 있었으므로, 머리카락이 뻣뻣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걱정할 여유가 없습니다.
살짝 거품을 씻어내고 몸만으로 아파트를 뛰쳐 나왔습니다.
공중전화에서 친구의 휴대폰에 전화하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합류.
"역시 내일, 부동산에 물어보자. 같이 가줄게."
다음날 부동산에서 들은 이야기는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 거기에 한 채의 집과 꽃집이 있었다고합니다.
꽃집의 딸은 긴 머리를 자랑하는 미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 화재가 일어난 것입니다.
욕실 가스 화로가 폭발 한 것입니다.
마침 집에 있던 딸은 얼굴에 큰 화상을 입고, 자랑하던 머리카락도 대부분이 새까맣게 불타버렸습니다.
딸은 연인에게 차이고, 집에서 숨어살았습니다.
한 줌만 남은 머리카락을 그렇게나 소중히 여겼다고 합니다.
샴푸, 트리트먼트, 린스를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반복.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질하면서
"···내 머리, 예쁘지?"
"···내 머리, 예쁘지?"
몇번이나 어머니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얼마 되지 않던 머리카락도 정신적 충격과 지나친 손질로 빠지기 시작하고 말았습니다.
딸은 욕실에서 손목을 그어 자살했습니다.
엄마가 사다 준 새로운 린스 한 통을, 한 번에 전부 사용하고 나서.
"마침 아가씨 같은 머리카락의 예쁜 딸이었어."
부동산 아저씨는 저를 그리운 듯이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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