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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상당히 오래 전의 일이다. 별로 무섭지는 않지만···
이케부쿠로에 살고 있던 친구와 경험한 사건이다.
이케부쿠로라는 곳은 번화가를 벗어나면 갑자기 시골같은 분위기가 있다.
토담 위에 까마귀가 울며 앉아있는, 여기가 도쿄라는 사실조차 잊게 만든다.
바꾸어 말하면, 예전부터 변하지 않은 장소. 그런 곳이 많다는 건 이유가 있다.
공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째서일까?
친구는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귀신은 믿지 않는다. 그런 녀석이었다.
당연히 전국 각지까지는 아니지만, 도쿄 주변의 심령 명소는 전부 방문했다.
여러 번 권유당했지만, 나는 영감이 강한 편이므로, (영능력자 수준은 아니다)
그러한 행위가 즐거운 일만 있지 않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거절했다.
그러나 말려야 했던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그 녀석은, 어쩐지 뭐랄까··· 연관되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였다.
이미 씌어있었을지도 모른다.
대학 졸업 직전에, 그 녀석이 "집에 놀러오지 않을래?"라고 불렀다.
특별히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술을 사서 느긋하게 나갔다.
그 녀석은 약간 창백한 얼굴로, 능글능글 웃으며 맞이했다.
"오, 왔구나."
나는 녀석의 집이 이케부쿠로에 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장소는 몰랐다.
그래서 앞서가는 녀석의 뒤를 터벅터벅 걸었다.
까마귀가 울었다. 해가 지고 있었고, 곧 가라앉았다.
번화가에서 떨어진 골목. 묘지 옆의 길을 한참 걷는다.
말할 수 없는 오한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여기야."
내 오한은 한계에 도달했고 몸이 떨렸다. 거기는 땅거미에 떠오른 버려진 집이었던 것이다.
"여기가 어딘데?"
"쫄았냐! 여기가 도쿄 마지막 심령 스팟!"
나는 황당했다. 친구에게 속아서 끌려온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도망가는 것도 모양새가 나쁘다.
거기는 원래 개인 병원이었던 모양이다.
유리창은 깨지고 철없는 폭주족이 휘갈긴 듯한 낙서가 흰 벽에 붉은 글씨로 난잡스럽게 적혀있다.
"야로사고(夜露死苦)(*)" ···부끄러운 낙서다.
(*야로사고: 夜露死苦, 일본어 발음 말장난, '잘 부탁해')
안으로 손전등을 들고 들어간다. 친구는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나는 오한이 끊임없이 덮쳐왔다. 어째서 이 녀석은 괜찮은거지?
친구는 여러 방을 보러 다녔다. 대부분의 가구는 없었다.
어두운 방에 쓰러진 의자가 어렴풋하게 보인다. 주사기의 파편이 묘하게 섬뜩하다.
친구가 위층으로 올라가간다.
"마루가 망가질 것 같잖아, 나는 안올라간다!"
나는 그렇게 말했다.
친구는 그것을 듣고 웃었다. 웃으며 올라 갔다.
나는 할 일 없음에 화가 났지만, 두려움 쪽이 이기고 있었다.
친구가 웃고있다··· 저 자식.
나는 문득 시계를 보았다.
어라? 일곱시에 들어왔을텐데, 이미 아홉시 쯤이었다. 이렇게까지 머물렀다고 기억하지 않는데···
그러자 위층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어? 누가 있었나?
혼자서는 더이상 견딜 수 없어서, 나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좌우로 병실이 나란히 있었다. 직선으로 복도가 이어져있다. 어두웠다.
말소리는 어두운 복도 안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친구가 복도의 안쪽으로 등을 돌리고 서있는 것이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보인다.
이야기 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에 ···입니다"
"아, 그런가···"
목소리는 친구 뿐이었다. 분명히, 복도의 막 다른 곳의 거울에 말을 하는 것 같다.
날 놀리려는 거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이상한 광경을 나는 견딜 수 없었다.
"···지요. 겁을 내는거야. 바보같이 말이야."
분명히 내 험담을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잡아당기려 가까이 가자, 갑자기 친구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갑작스런 폭소에 나는 철렁했지만 친구의 어깨를 잡고 거칠게 뒤로 돌렸다.
다음 순간 얼어 붙었다.
뒤를 돌아본 친구는 무표정으로 눈을 부릅뜨고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 어깨 너머로 보이는 거울.
거기에는 폭소하는 친구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왜냐하면, 거울 속의 나도 폭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의 손을 잡고 나온 것 같다.
그 녀석은 그 이후 학교에 오지 않게 되었고, 4학년 졸업하기 직전에 학교를 그만 두었다.
소식은 불명.
하지만 가끔 거울을 보면 뒤의 의자에 앉아있기도 한다.
ps.
죽었을까, 생령일까··· 어느 쪽이라도 싫은 일이다.
어쩌면 이걸 읽은 사람에게도 나올지도. 낯을 가리지 않는 놈 이니까.
삭발(대머리)한 녀석이라, 바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서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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