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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740th] 할아버지가···

레무이 2018. 8. 24. 07:30

어느 시골 마을의 고등학교 사진부원이 같은 학교의 여학생을 짝사랑했다.


그녀는 변두리의 낡은 집에서 할아버지와 둘이서 살았는데, 할아버지를 돌보는 매우 착한아이여서 모두에게 인기가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반한 그는 사진의 모델을 부탁하게 되었고, 이윽고 두 사람은 연인같은 관계가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 한 후 상경을 하려는 그는 그녀에게도 함께 가자고 권유했다.


그러나 그녀는 할아버지를 남기고 갈 수는 없었다.


그녀의 할아버지의 존재가 점점 거슬렸던 그는,


걸핏하면 "할아버지가···"라고 하는 그녀에게,


"그 '할아버지가', '할아버지가'는 그만 좀 해!"


라고 냉정하게 내뱉었다.



그리고 그가 떠나는 날이 되어,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가자, 그녀는 "나도 데려가"라고 호소했다.


그는 "하지만 할아버지는 어떻게 하려고?"라고 물었는데, 그녀는 "할아버지라면 이제 괜찮아."라고 말했다.


수상하게 여긴 그가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자, 그녀의 할아버지는 피투성이가되어 죽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피 묻은 칼을 꺼낸 그녀가,




"할아버지, 지금 자고 있으니까 깨우지 말아요."




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비명을 지르며 쏜살같이 도망갔고, 마을을 떠났다.





그 때로부터 십수년 동안 그는 고향 마을에 돌아오는 일이 없었다.


생각하면 자신을 깊이 생각했기 때문에, 그녀는 그런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거기까지 그녀를 몰아붙인 것은 자신이라는 죄책감에 계속 시달리고 있었지만,


이윽고 그 기억도 사라져가고, 먼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때, 그의 곁으로 고등학교 사진부 동창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온다.


그는 과감히 귀향하기로 결정했다.



동창회에서 그리운 얼굴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에 꽃을 피우고 있었지만,


문득 그는 그녀의 일을 떠올리고, 그녀가 할아버지를 죽인 일에 자신이 관여되었다는 것을 숨기며, 그 후 그녀가 어떻게 됐는지 모두에게 물었다.


하지만 모두 그녀가 살인을 저지른 것을 모르는 커녕, 함께 찍은 그녀의 사진을 찍은 일도 있었던 녀석들이 어느 한 사람도 그녀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게 되면, 쓸데없이 그녀의 대해 궁금해져, 마을 분들에게 그녀의 소식을 물었다.




이윽고 그 이야기를 알고 있는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것은 이미 오십여 년 전의 이야기잖아."


라고 말씀하셨다.




"그럴리가 없어!"


그는 자신의 기억이 혼미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면서도, 오로지 기억을 더듬어 그녀의 집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 곳은 깊은 절벽이었을 뿐, 집이 서 있던 흔적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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