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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여름 방학때의 이야기.



집 근처 공원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어쩌다보니 괴담을 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던 흐름을 타고 심령현상이 일어난다는 집에 가자는 말이 나왔다.


거기는 당시 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뭐 실제로는 공사 현장에 흔하게 보이는 조립식 오두막이었는데,


워낙 초등학생이라 이야기에 과장이 잔뜩 붙어버려서, 그 시점에서는 이미 주온에 나올 법한 엄청난 곳으로 변해 있었다.


이 제의를 해온 A의 말에 따르면, 자전거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우선 일단 각각 집으로 돌아가서 "장비"를 갖추고 다시 이곳으로 집합하게 되었다.


겁쟁이인 나도 탐험대 기분에 들떠서, 두근두근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배낭에 과자랑 손전등 이랑 목검까지 담고는 어서 나가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자전거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 현관 옆에 세워져 있었고, 제대로 자물쇠도 걸려있었을텐데.


이게 또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말 했더니 "또 자물쇠 걸어두는거 잊어버렸구나!"라면서 호되게 혼났다.


과거에 이미 두번이나 자전거를 도난당했기에, 변명같은건 들어주지 않는다.


결국 심령현상의 집 탐험은 나만 갈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저녁.


내 방에서 숙제하고 있었는데 (억지로 시켜서) 어머니가 안색이 바뀌어 들어오셨다.


"네 친구들 세 명이 덤프트럭에 치여 중태라는구나!"라는 것.



그날 밤, 나는 양심없게도 친구들 걱정보다 영혼의 해꼬지가 무서워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는데,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사고가 난 것은 그 집에 가는 길.


거기에다가, 횡단보도마다 본인들 끼리 속도 경쟁따위를 반복한 끝에,


결국 모두들 빨간 신호에 튀어나가서 치었다는 모양이다.


완전히 자업 자득.


세 명 모두 의외로 가벼운 부상을 입고, 후유증도 없이 한 달 정도만에 완쾌했다.



자전거가 도난당한 것에 관해서는,


어머니는 "조상님이 지켜주신거구나."라는 한마디로 납득 하셨는데, 문제는 여기부터다.



그해 겨울의 아침, 학교 가려고 현관 문 열고 밖으로 나온 순간, 갑자기 머리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기절.


부모와 경찰에 따르면 도난 당했던 나의 자전거가 '위에서부터' 떨어진 것이라고 한다.


내가 부딪힌 위치의 바로 위쪽이라면 이층 집의 지붕 위.


지붕을 조사했지만 누군가가 올라간 흔적은 없음. 결국 미궁에 빠졌다.


이것 때문에 목뼈를 다친 나는, 반년 정도 입원하는 처지가 되었다.



영혼의 해꼬지라면 가지않았던 내가 가장 심하게 겪다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조상님라고 해도 너무하다.


지금 생각해도 조금도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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