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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형제 중 막내로, 셋째 형과 10살 차이가 날 정도로 대단히 늦게 태어났다.



셋째 형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영감이 강했다.


나는 전혀 믿지 않았지만, 한밤중에 고등학생인 셋째 형이 펑펑 울면서 방에 들어와서는,


"지금, 발목을 잡혔어!"


라고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울면서 말을 했을 때는 엄청 무서웠다.



둘째 형은 영감같은 그런 건 전혀 없었지만, 대학생때 혼자 살았는데,


아르바이트가 끝난 뒤 자정에 계단을 내려가던 중에,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에 밀렸다고 한다.


좁은 계단이고 발소리가 울리기 때문에, 뒤에 아무도 없었을 텐데, 이상한 일이라고 입원한 병원에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장남은 일련의 사건이 있더라도 전혀 입을 열지 않는 느낌이었는데,


사실은 자주 가위에 눌리기도(올라타거나 뺨을 만져지거나) 했던 모양이다.



이런 얘기를 듣다보니 나도 영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르지만,


셋째 형 이외의 형들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고, 셋째 형도 평소에 "저기 영혼이···"같은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않았기에,


나도 설마 그런 현상을 체험할 줄은 몰랐다.



실제로 경험 한 것은 몇 달 전의 봄, 내가 사는 지역은 아직도 눈이 내렸다.


처음에는 글로 쓰면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위축되었지만, 점점 두려움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쓰기로 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하면 좋을지··· 말이 앞뒤가 왔다갔다 할지도 모르지만 읽어줬으면 한다.



작년 12월에 병으로 애완견을 잃었다.


동물을 키웠던 것이 처음이라서, 잃은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정말로 힘들었지만, 석 달 정도 지나서 케이지의 내용물 등을 처분하고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다.



나는 평소 이층의 자기 방에서 자는데, 에어컨이 고장나고 난로도 없어서 이번 겨울에는 1층의 거실 옆의 다다미 방에서 잤다.


거실에 인접하여 난로의 열기로 다다미방도 따뜻했기 때문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다만, 개가 죽고나서는 어딘지 모르게 잠들기가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집 안에서 키우는 개였으니까, 거실에서 돌아다니는 "타박타박타박타박···"하는 발소리라거나, 가끔 들리는 "크흥크흥-"하는 콧바람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아, 이제 없구나라고 생각하면 한심하게 18살이 되어서도 눈물이 나와버린다. ( '· ω ·`)




하지만 결국 그 침묵에도 익숙해졌고, 그날도 여유롭게 자고 있었다.


아침 7시에 휴대폰 알람을 맞춰서 머리맡에 두고, 그렇게 잤는데.



갑자기 귓가에서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소리랄까 웃음? 절규에 가까운 웃음같은,


"아~하하하 갸아갹학학학학학학학!!!!!!!"


라고.


게다가 그것은 직접 귓가에 지르는 소리여서,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정말 울어버릴 상황이었다.


손가락조차 움직이지 않았으며 시선을 움직이는 것도 잊고는 한 곳을 응시.


이불 속에서 옆을 바라본 채로 경직되어, 다다미와 옆에 놓여져 있던 의자의 틈새 공간을 보고 있었다.



점점 웃음은 멀어져 가고, 마을에 울려 퍼지는 느낌으로 사라져갔다.


"하하하하하하 히 히 히 히·········"


간신히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일단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았다.


시간은 새벽 3시 40분 쯤이었다고 기억한다.


2층의 부모님 방에 갈까 생각했지만,


깜깜한 와중에 이불에서 나가는 것도 무서웠고, 계단도 무서웠기 때문에, 이불 속에서 움츠리고 있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그 목소리에 대해서 생각했다.


보통은 잊으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어쩐지 그 목소리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뭔지 떠오르기만 한다면, '꿈 이었구나!' 라고 마무리가 날거라는 기대감에, 골똘히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던 사이에 잠이 들어버렸지만 ㅋㅋ



그런 일이 며칠 간격으로 몇 번 있었고, 부모님께 부끄러웠지만 말씀드렸는데, 웃음거리만 되어버렸다.


그땐 정말 짜증이났는데, 솔직히 이성을 잃을 뻔 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정말로 수면 부족으로 죽어버릴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2주 정도 지났을 무렵에, 이불 속에서 2시까지 버티고 있었지만 결국 꾸벅 꾸벅 졸았고, 3시 경에 웃음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 날은 웃음소리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딱 그쳤다.


드디어 무슨 일이 생기는건가 떨고있는데, 거실에서 "타박타박타박···" 소리가 났다.


잠깐 ㅋㅋㅋ 유령이 걷고있는거냐 ㅋㅋ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건 아마도 개다.


가끔 밤에 일어나 걸어와서 나의 이불 근처에서 웅크리던 것, 그 분위기와 닮았다고 할까.


상황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몰라도 눈은 뜰 수 있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가위눌림을 풀고 눈을 감고 견뎌냈다.


그대로 다시 잠이 들어버려서, 아침에 어머니가 깨워주셨다.




거실의 전구가 불이 들어오지 않아서, 전구를 갈아도 안되길래 전기 전문가를 불렀다.


"어라? 유리구 부분이 갈라져 있네요···."


이것이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계기로 여성의 목소리는 더이상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


개의 발소리도 다시는 들을 수 없었다.



그 일을 형에게 메일 보냈더니 "신경쓰지마(웃음)"라고 답장이 왔다 ㅋㅋ


뭐 다시 생각하면 귀신을 실제로 본 것도 아니고, 꿈이라도 꾼거라고 말한다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의 가벼운 체험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결국 그 목소리는 누구였을까를 생각했다.


시험이 끝나고 학교도 방학이었으니까, 거실에 있으면 그 일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한가했기에, 열이 난 조카를 돌봐야했는데, 조카의 얼굴을 보고 떠올랐다.


어떻게 지금까지 잊고 있었는지 모를 정도인데, 작년 연휴 때에 목 매달아 자살한, 형의 장모의 목소리였다.



형의 장모의 집은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었고, 놀러갔을 때, 나는 코타츠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TV를 보던 형의 장모의 웃음소리로 잠에서 깼다.


그 웃음을 열화시킨 느낌이었다. 바로 그런 느낌.


그래서, 형의 장모가 귀여워했던 조카는 작년에 겨우 두살이 되어 말할 수 있게 되었는데, 자살 소동으로 시끄러웠던 무렵, 조카가 집에서 자게되어 내가 돌보고있었다.


그때 기저귀를 갈고 있었는데 조카가,


"아, 할머니다!"


라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가리키며 말한 것이 떠올랐다.


그것도 그렇게나 충격적이었는데 어떻게 잊었던거야 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수수께끼가 풀리면 풀린대로 무서웠다.


다행히 다다미 방에서 잘 필요는 없었고, 그런 체험도 사라졌는데,


유령같은게 보인다면 엄청 멋지지 않을까? ㅋㅋ 같은, 바보같은 생각을 했던 지금까지의 자신을 때리고 싶다.


이젠 그런 생각은 지긋지긋하니까···.



장황하게 꺼낸 이야기에 비교적 시시한 결말이라서 미안.


하지만 이 경험은 나는 소소하게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일단 이 경험덕분에 귀신을 믿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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