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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810th] S 백화점

레무이 2018. 12. 19. 07:30

내가 빌딩 경비원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장소는 지역의 S 백화점이었는데, 당시에도 이미 일반적인 시설이 부실했고, 방화 셔터의 개폐는 물론,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의 설정 변경까지도, 요즘처럼 중앙 관리실에서 제어한다는건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폐관시간에 손님을 내보내고, S 백화점의 직원까지 무사히 건물에서 내쫓은 뒤에, 매장의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면서 순회합니다.



그 백화점은 건물의 구조가 길었고, 경비 순회 경로가 상당한 거리였습니다.


그 덕분에 내가 그 I 호 에스컬레이터의 앞을 순회 한 시간은, 대기소에서 가까웠는데도 불구하고 새벽 1시경이었습니다.



모터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길래, 방화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보니 I 호 에스컬레이터가 움직이는 소리였습니다.


나는 관리실에 무선으로 확인을 해봤지만, 정비중은 아니라고 합니다.


아마도 에스컬레이터 담당자가 중지하는 것을 깜박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에스컬레이터의 열쇠는 순회하는 모든 사람이 소지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중지시켜 달라는 연락을 받고, 아마도 수면실에서 잠들어있을 담당자를 욕하며, 나는 평소처럼 열쇠를 꽂고 정지 버튼을 눌러 에스컬레이터를 정지··· 정지···



···되지 않았습니다.




오래된 건물입니다. 시설이 삐걱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고보니 I 호 에스컬레이터는 자주 정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담당자는 에스컬레이터를 중지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관리실에 보고가 들어와 있을 것입니다.


나는 다시 관리실에 무선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랬다면 아까 연락 했을 때에 알려줬을 것이라고.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멈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무선 잡음과는 별개로, 어쩐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덜걱덜걱덜걱···하는 클러치를 잘못 넣은 것 같은 마른 소리.


이어서, 자각자각자각··· 쳐걱쳐걱··· 젖은 자갈길을 밟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는 너무나도 상황에 맞지않는 갑작스런 소리에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하면, 그 소리와 함꼐 "···에··· 에··· 구나···" 라는 목소리가 들렸던 생각이듭니다.


멍하니 그렇게 서있던 중에 갑자기 I 호 에스컬레이터가 중지 되었습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I 호 에스컬레이터가 이상한 소리를 내다가 정지했다는 사실을 관리실에 말했습니다.


그러자, 정비 업체에 연락을 했으니까 일단 대기실로 돌아갔다가, 업체가 도착하는대로 작업에 참여하라는 것입니다.


최악이었습니다.





1시간은 기다리자 업체에서 도착했습니다.


정비 업체는 말없이 I 호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갔습니다.


나는 관리실에서 미리 연락을 받고 왔다고 생각하고는, 황급히 뒤를 따라갔습니다.



I 호 에스컬레이터에 도착하자, 조용히 업체 직원은 정비 해치를 열고 에스컬레이터 아래에 기어 들어갑니다.


나는 조용히 에스컬레이터에서 떨어진 장소에서 지켜봤고,


불과 10분도 되지 않아, 구오옹, 위-잉 소리를 내며 에스컬레이터는 내쪽으로 올라오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업체 직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0분 정도 기다리자, 아래쪽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나는 업체 직원이 아래쪽 해치로 나온 것으로 생각하고 "수고하셨습니다, 빠르시네요."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사람 그림자를 보았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저 흔들리는 분위기에, 에스컬레이터에 사람이 타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뿐입니다.


나는 갑자기 온몸을 공포에 습격당해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입을 뻥긋 거리기만 할 뿐,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10분 정도 굳어있었을까요, 갑자기 무선으로 연락이 들어왔고, 그것을 신호로 전신의 긴장이 풀려 몸이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연락은 관리실에서 였습니다.




···정비업자가 도착했으니까 빨리 대기소로 돌아오라고 소리를 치고 있었습니다. 어라?···






나중에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I 호 에스컬레이터는 이전에 정비 중에 에스컬레이터가 움직여서, 벨트(다리를 싣는 곳)에 말려들어가 죽은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그 후에도, 그 에스컬레이터에서는 혼자서 작업 중의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았으며, 정비 업체쪽 사람도 작업하기 꺼려했습니다.




시급은 좋았습니다만, 이외에도 사건들이 일어나서, 이 일을 일찌감치 그만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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