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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가가 있는 산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친가는 엄청난 산 깊은 곳인데, 집 바깥에서 20M정도 걸어나가면 바로 산의 입구다.
어렸을 적부터 위험 하니까 산에 들어가지 말라고 들었지만, 신경이 쓰인다. 역시 신경이 쓰인다.
그것도 조릿대가 아치모양으로 입구처럼 생겨서, 이미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 모험의 시작.
그렇지만 굉장히 겁쟁이였으니까, 할아버지 할머니가 동행해주지 않는다면 산에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살무사도 나오는 곳이었으니까.
이것은 산속에서 있던 일은 아니지만, 산에서 내려온 뭔가에 대한 이야기.
초등학교 5학년 정도. 아마도 여름 방학.
저녁을 먹고, 선풍기 밖에 없었던 식탁에서 떨어져 내 방에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조금 어둑해질 무렵의 시간. 7시나 아마 그 정도.
잔잔한 바람이 불고 있어서 상당히 기분 좋았다. 에어컨도 전혀 필요 없을 것 같은 정도.
그래서 창문을 열고 천천히 남색으로 변해가는 경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랬더니 산에서 뭔가 내려왔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다르다.
인간은 피부색을 띄고 있어야 하는데. 피부가 하얀 색이더라도 머리카락이 검고 피부가 희다는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머리부터 허리까지 새하얀 색.
그것이 스으으윽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것도 왠지 걷고 있는 게 아니었다. 미끄러지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는 것처럼.
인간? 인간이라기엔 하얗구나. 이웃집 할아버지인가, 라고 생각했다.
어? 걷고 있는데 왜 몸이 흔들리지 않는거야, 그런 것을 궁금해하면서, 계속 그것을 보고있었다.
천천히,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이 정확하게, 우리 정원에 심어져있는 나무에 가려지는 모양이 되었다.
문득 생각했다.
저기에서 나타나면 인간이라고.
좋아, 그 녀석이 나올 때 까지 보고 있어야지. 내 멋대로 버티기를 시작했다.
가만히 보았다. 나무의 그늘도 눈여겨 봤다.
어라? 흰색이 없는데. 어째서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마 5분 정도 내다보고 있었다.
나오지 않는다. 나올 기색이 전혀 없다.
'아, 진짜였잖아'라고 생각한 순간, 확 온몸에 식은 땀이 솟아올라서 가족이 있는 다다미 방으로 도망쳤다.
당분간 내 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잘 때는 내 방.
그 녀석이 버티고 있다는 상황 따위를, 완전 상상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었다.
아마도 그건 다른 곳으로 갔을거라고 생각하고, 그럭저럭 이불에 숨어들었다.
그리고는 밤.
시골 사람은 알겠지만, 시골의 화장실은 밖에 있다. 집 밖에 조금 떨어져 있다.
그야말로 이제 밤의 화장실은 약간의 담력시험.
한밤중에 마려워서, 깨어나, 이젠 초등학교 고학년이니까 할아버지 할머니를 깨울 수도 없어서, 결국 혼자서 화장실로 향했다.
여름이라고 해도 시골의 밤은 좀 춥다.
굉장히 달이 밝았다.
전등 없어도 걸을 정도.
그리고, 변소에 도착.
화장실의 작은 창으로 밖을 내다 볼 수 있게 되어있었는데, 멍하니 그곳을 바라보면서 배설 중.
그랬더니, 뭔가 들리는 것이다. 뭐라고 하는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뭔가가 들린다.
소근 소근 소근, 소근 소근 소근, 하고.
무엇일까? 하며 바깥을 보니 하얀 것이 있었다.
뭐지? 어라? 달빛이 반사되고 있다기에는 너무나 하얀 색이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하얀 것이 꿈틀 거리고 있다. 그것도 네개의 다리.
여우? 너구리? 아니, 그렇다기엔 너무 컸다.
개? 대형견? 정도?
상당히 멀리였으니까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꼬리? 저건 꼬리인가? 긴 것이 아른거린다.
하지만 어쩐지 머리가 이상해보였다.
소근 소근하는건 아마도 저거다. 뭐야? 무슨 말을 하는거야?
두려움도 잊고 관찰하고 있는데, 몸통이 떨어졌다.
그 하얀 녀석.
놀란 마음에 다시 한번 봤다. 그러자 붙었다.
소근 소근 소근 소근 소근, 몸통가 끊어졌다가, 달라 붙었다.
풀인가? 생각했지만, 잘라졌다가 붙었기 때문에 그럴리가 없었다.
신종 생물? 이라든지, 외계인?을 생각하면서 관찰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녀석은 나를 눈치채지 못하고 천천히 산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순간 이쪽을 돌아보았다.
인간의 얼굴이었다. 그것도 눈이 새빨간. 표정은 없었다.
그것을 볼 때 두려움이 아니나, 아, 이건 보면 안되는 거였구나, 라는걸 생각했다.
그날은 아무렇지도 않고 자버렸는데, 잠에서 깨어서는 공포에 떨었다.
무서워, 뭔가 이상한 걸 봐버렸어 라는 생각이었다.
할아버지는 그런건 완전 믿지 않는 분이라서 "바보같은 생각!"이라며 화내셨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런 이야기도 해 주었다.
"이 산에는 말이야, 옛날 이곳 일대의 수호신들이 모셔져 있다고 한단다."
이제와서 말이지만, 그 하얀 것은 산에서 내려온 무언가라고 생각한다.
아마 어떤 기분 나쁜 것이 아니라, "하하! 언제나 있으니까 신경쓰지마!" 같은 분위기.
산의 수호신이라기엔 징그럽지만, 징그럽다고 하기에는 애교가 많았다.
친가에서 멀리 나와서 몇 년을 살고 있는데, 그 산에서 본 무언가보다, 도시에서 본 것들이 나에게는 훨씬 무섭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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