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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816th] 거짓말쟁이 이야기

레무이 2018. 12. 25. 08:00

대학 시절에 만난 녀석, 능숙하게 거짓말을 하는 녀석이 있었다.


그래도 사람을 깎아 내리는 그런게 아니라서, "재미있는 녀석"같은 느낌으로 상당히 인기 남이었다.



그런데 녀석은 꽤나, 영혼을 봤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물론 우리들은 "또 시작이냐 ㅋㅋㅋ"라는 느낌으로 듣곤 했는데, 그 중에는 "진짜로!?"하며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고.


평상시라면 그 거짓말쟁이도 "진짜 ㅋㅋㅋ 진짜라니까 ㅋㅋ"라는 느낌으로 끝났을 텐데, 그때 그 이야기에 흥미를 가진 것이 여자라서 였을까, "그럼, 귀신보러 갈까?"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물론 흔쾌히 찬성. (그런 무서운 일을 당할 줄도 모르고···)


거짓말쟁이와 사이가 좋았던 나도 물론 동행을 당해서, 거짓말쟁이 말로는 "확실히 볼 수 있는" 폐 아파트로 향했다.


뭐, 사실 나는 그냥 드라이브하는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솔직히 무섭다는 감각은 요만큼도 없었다.


게다가 거짓말쟁이가 하는 말이니까, 도착하면 "우와~ 저기에 있어~" "저거! 보였어?"같은 느낌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드디어 현장에 도착······ 다리가 움츠러졌다···.


분위기가 말이야 심상치 않았다.


차에서 내리기 조차 주저 할 만한 그런 곳이었다.


"그럼 가보자."라고 태연하게 차에서 내리는 거짓말쟁이.


'장난으로 갈만한 곳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한 나는, "불법 침입 아냐?"라고 말하며 어떻게든 되돌아가려고 했지만, "괜찮아."라고 거짓말쟁이의 아무런 근거도 없는 한마디에 설득당해 버렸다.


그래서 분명히 겁먹었을 여자에게 동의를 구해봤는데, 의외로 "그럼 가자!"라며 갈 의욕에 가득 찬 모습.



결심을 하고 현장으로 들어갔다.




압력.


엄청난 정도의 압력을 느꼈다.



흔히 영혼이 있는 장소에 가면 몸이 무거워진다는 말이 있는데, 바로 이 것이라고 직감했다.


물론, 나는 지금까지 영혼을 본 경험이 없다.


그런데도 여기는 절대적으로 나온다.


그렇게 느꼈다.




부지 내에 들어서서 아파트까지의 거리는 약 20M정도, 한 걸음 발을 내딛을 때마다 공포감이 더해 간다.


그런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거짓말쟁이와 여자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나아간다.




흘러 넘칠 정도의 공포를 꾹 눌러 참으면서 두 사람의 곁으로 달려가 어떻게든 아파트 입구까지 겨우 도착했다.


 


그리고 드디어 아파트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한 그 때, 거짓말쟁이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나, 제령같은거 못해."




······공포감이 더욱 증가했다.




내 기준으로는 영혼이 보인다 = 영에 대한 어떤 대응책이 있다는 고정 관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망 치고 싶어졌다.


내 안에서 이 거짓말쟁이는 적어도 영혼이 보인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일거라고, 어째선지 이 짧은 시간에 확신해버렸다.


그래서 뭔가 일어나도 녀석이 있으면 어떻게든 해 줄거라고, 이 상황에서 마음의 지주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여자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그 말을 듣고 갑자기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이제 됐어~ 돌아갈래~"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거짓말쟁이도 "돌아갈래?"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지금 온 길을 돌아 출구까지 절반 정도 도달했을 때, 내가 가진 손전등의 불빛의 끝에 그것은 나타났다.


아파트 부지로 들어오는 폭 3~4M의 문 끝에, 희고 뚜렷한 사람의 모양을 한 것이 있었다.


틀림없었다.


영혼이었다.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순간, 바로 뒤의 일행을 보았다.


여자는 거짓말쟁이의 몸에 얼굴을 꽉 누르고, 소리를 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으그으으으··· 윽"하고 오열했다.


그러나 거짓말쟁이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한 얼굴로 "저거 보여? 가자."라면서 여자의 몸을 부축하며 출구로 걸어 갔다.


"저기 ㅋㅋㅋㅋ 너말야 ㅋㅋㅋ··· !!!"


힘이 들어가지 않는 하반신을 어떻게든 움직여서, 한심하게도 거짓말쟁이의 몸에 달라 붙어 허리에 얼굴을 파묻고 출구까지 겨우 도착했다.



"도착 했어."라는 거짓말쟁이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차량에 탑승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여자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나도 울고 싶었다.


"이젠 없어."라는 거짓말쟁이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결국 그 자리를 뒤로 할 때까지 한 번도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잠시 차를 몰아 밝은 장소에 도착했고 여자도 울음을 그칠 쯤에 겨우 나도 침착해졌다.


"뭐야, 그거?"


뭔지 알면서도 거짓말쟁이에게 물었다.


예상대로,


"뭐라니, 영혼이야."


라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거짓말쟁이.


그것을 듣고 또다시 우는 여자.


 


"씌인거 아니야?"라고 묻는 내게, 거짓말쟁이는 이런 말을 해 주었다.



"내가 지금까지 본 영혼이라는 것들은 달려서 뒤쫓아 오거나 달라붙어 오는 것 따위는 없었어. 대개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있을 뿐이야."


이어서,


"아마 대부분 죽기 직전의 모습인가봐? 예를 들어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라면 도로에 쓰러진 채라던지··· 아, 딱 한 번 건널목에 뛰어 드는 영혼을 봤을 때가 있었는데 그건 진짜 보기 안좋았어!"


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결국 거짓말쟁이도 명확하게 아는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대화라던지도 할 수 있어?"


라는 질문에는,


"무리. 적어도 난 안되겠어. 어쩌면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난 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했다.



아직 여러가지 묻고 싶은 것들이 있었지만, 우선 중요한, 아까 본 것에 대해 물으려고 했다.


그러나 여자가 이 말 때문에 다시 울기 시작하면 곤란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만 두었다.


게다가 아까 본 영이 어떤 영인가도 대략 예상이 되었다.


어떤 방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



아파트 입구에 큰 나무가 있었다. 그것 만으로도 예상하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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