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등이 뒤집혀, 배에 해당하는 부분이 아래를 향해있다. 다른 여섯 자루(방금 전부 열 자루라며)는 전부 반대로 배를 위로 향해 내밀고 있다. 하나만 건 방식이 다른 탓에, 잘못됐다 고 생각한 것 같다. "저건 타치에요." 작은 목소리로 주의준다. "에?" "태도(타치)요. 타도(우치가타나)보다 오래된 형태의 무기죠. 말을 타고 싸우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물건으로, 칼날을 아래로 한 상태로 허리에 매달아서 사용해요. '허리에 차다'라는 말 들어본 적 있죠? 보통 말하는 카타나는 날을 위로 해서 허리에 꽂아요. 그러니 받침대에 걸 때에도 거기에 맞추는 거죠." "왜 카타나는 날이 위인데?" "전투시만이 아니라, 무사가 평소에도 가지고 걸어다니도록 되어있으니까요." "가지고 걸어다니면 왜 날이 위인데?" "..
스승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대학교 2학년의 봄의 끝물이었다.나는 스승의 아파트의 문을 노크했다. 오컬트도의 스승이다.기다렸지만 대답이 없었다.잠겨있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여성의 방. 역시 평소라면 주저해버릴 테지만, 방금 전 이 방을 막 나왔던 참이다.망설임없이 문을 열어젖힌다.방의 한가운데에서 스승은 자고 있었다.그 날은, 아침무렵은 아직 그렇게까지 덥지 않았지만 낮즈음부터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 어제 내린 비 탓도 있어 맹렬한 찜통더위였다.그 방은 빈말로라도 그리 좋은 물건이라고는 할 수 없어서 이런 기온 변화는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스승은 방바닥 위, 엎드린 채로 축 늘어져서 방석에 얼굴을 묻고 있다.나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그 쪽에 다가가 말을 걸었다."……"뭔가 대답은 있었지..
"거짓말……이죠?‘나는 눈 앞에 있는 고양이에게 말했다.시야를 덮는 연기에 손을 휘젓는다.고양이는 바닥 위에 그림 물감으로 그려진 마법진 한가운데 놀란 표정으로 앉아있다.내 머리가 이상해진 게 아니다.이상한 건 이 세계다.어째서 쿄스케씨가 고양이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가?애초에 발단은 ‘재미있는 마법진을 찾아내었다’라고 쿄스케씨한테서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무려 나고야에서 오래된 마법진의 사본 같은 것을 찾았다고 하였다. 거기에 나오는 악마소환의 마법진이 처음 보는 형태를 하고 있어 시험해보고 싶어졌다는 것 같았다.그리고 쿄스케씨의 맨션에서 수상한 의식을 하던 중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더니, 자색의 연기가 주변에 불어 닥쳐, 정신을 차리자 쿄스케씨의 모습이 없어지고 그 대신에 귀여운 하얀 고양이가 나타나게 ..
대학 2학년의 여름이었다. 나는 흉악한 햇살이 쏘아내리는 곳을 걸어 학교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아스팔트가 구두 뒤에 들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몇몇 집단이 입구 근처에서 노닥거리는 것을 흘낏 보며 멈춘다.매미가 시끄럽다. 밖은 이렇게 더운데, 어째서 그들은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라며 신기하게 생각한다.학교 식당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 셀프 서비스에서 적당하게 싼 것을 고른 후에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둘러보자, 아는 얼굴이 보였다.“덥군요.”카레를 먹고 있는 그 사람의 맞은편에 앉는다. 대학원생이며, 오컬트 스승이기도 한 그 사람은 대체로 그 창문 옆 자리에 앉아있다. 지정석인 것도 아닌데, 다소 혼잡해도 이상하게 그 자리만은 비어있는 일이 많다.마치 그가 자리에 앉는 것을 기다리는 것처럼...
대학교 2학년의 가을 초입의 일. 써클의 선배와 함께 편의점에 먹을 걸 사러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였다.주택가의 큰길에서 옆으로 꺾어지는 좁은 길이 있었다. 그 앞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가벼운 귀울림이 일었다.그 직후 눈앞의 도로 위에 희미한 그림자가 보인 기분이 들었다.멈춰서서 안경을 닦았지만 역시 사람정도 크기의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었다.뭔가 현실감이 없다.네다섯개 정도의 그림자가 흔들리면서 좁은 길 쪽으로 휘어져있었다.그림자가 휘어진 방향은 흔해빠진 대낮의 주택가의 광경이였다.선배가 그림자가 휘어진 좁은 길을 들여다 보았다. “저건가” 나도 선배를 따라 목을 길게 뺐다.집들이 늘어선 방향에 장례식에나 쓰일법한 검고 흰 줄무늬의 휘장이 보였다.그리고 몇갠가의 그림자가 불안한 움직임으로 그곳을 향해 이동하..
대학 1학년의 가을이었다.오후의 지루한 강의가 끝나고, 시끌벅적한 가운데 노트를 가방에 집어넣고 있자, 동급생인 친구가 말을 걸어왔다.“저기, 너 말야, 뭔가 괴담같은 게 특기였지.”갑자기 말을 걸어서 놀랐기 때문에, 조건반사적으로 끄덕여버렸다.“아니 다르지, 그게 아니라, 괴담이야기를 하는 게 특기인 게 아니라, 아~, 뭐라고 하면 좋지.”친구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려고 하다가 실패한 것 같은,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무서운 거라든지, 아무렇지도 않지?” 겨우 뭐가 말하고 싶었는지, 알았다. 그의 주변에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끄덕이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지.“밖에서 들을게.”아직 사람이 남아있는 교실에서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다. 나는 그 때는 ..
스승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한 번 대체 왜 거미가 싫은지 물은 적이 있다. 카나코 씨는 꼭 듣고 싶으냐며 짐짓 무게를 잡은 후, 아니, 후회할 거라고 말하는 것처럼도 보였던 것 같기도 한데, 여하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에어컨도 틀지 않은 밤 중의 아파트 안은 앉아 있기만 해도 끈적하게 땀이 배어나와 어쩐지 괴담을 듣기에 딱 알맞은 분위기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이야기가 괴담일 것이란 보장은 없기도 했지만…… 「어렸을 적에 말야, 장난아니게 끔찍한 거미 시체를 본 적이 있거든. 그 때부터 진짜 싫어.」 장난아니게 끔찍했다는 것이 좀 신경쓰이긴 하지만 의외로 평범한 이야기다. 괜히 더 더워져 부채를 올려다본다. 「근처에 쓰레기집이라고들 하던 집이 있었는데, 거기에 이상한 사람이라고..
초등학교 때, 해안가에 있는 청소년의 집에서 학교 합숙이 있었다.근처에 있는 신사까지 왕복하는 담력시험을 한 다음에, 이제 자기만 하면 된다는 시간대가 되었다. 무서운 경험을 하고 난 직후의 묘하게 들뜬 분위기 때문인지, 우리들은 남녀 합쳐 8명이서 그룹을 만들어 건물 1층 안쪽에 있는 휴게실에 모였다. 소등은 방금 전이었으므로 또 선생님이 순찰을 돌 가능성도 있었지만, 들키면 그 때는 그때다, 라는 심정이 되어있었다.왜냐면 그 중에 한명, 괴담 이야기를 잘하는 녀석이 있었던 것이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는 데 의외의 재능을 가졌다고 해야 할까, 여하간 그가 하는 무서운 이야기는 더듬더듬 말하는 그의 말투와 어울려 이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었다.우리들은 열중해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니, 그..
대학교 1학년때의 여름이었다. 오전중의 강의가 끝나고, 대학 구내의 찻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을 때, 나는 오컬트쪽의 스승이 혼자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어쩐지 언짢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보았다.「뭘 보고 있어요.」가까이서 말을 거니, 손에 있는 종이조각을 천장의 형광등에 대서 올려다보는 행동을 한다.「어떻게 할까하고 생각중이었어.」혹해서 나도 자세를 숙이고, 아래로부터 들여다봤더니, 아무래도 무엇인가의 티켓같았다. 옆을 향한 해골의 마크가 전면에 그려져있다.「M.C.D...?」해골 안에 그런 글자가 보였다. 스승이 입을 열었다.「 『모터 사이클 다이아리즈』 이란다. 아마추어 밴드야.」지방 밴드의 라이브 티켓인가. 스승이 그런 것을 가지고 있다니 뜻밖이란 생각이 들었다.「받았다.」그렇게 말하고 티..
“그래서 들어가는 거야?”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에 오히려 긴장되어온다. 청바지 주머니에 꽂아 넣어 상당히 구겨진 ‘추적’을 펼치고 “들어갑니다.”라고 말한다.“그렇지만”이라고 말하는 나를 잡아당기듯 그녀는 안쪽으로 들어간다.나는 이 시추에이션에 심장이 두근거리면서도 따라간다. “205호실”이라고 나에게 말하게 하고 그녀는 손밖에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서 뭔가 카드를 받아들었다.터벅터벅 복도를 걸어 방 번호의 불이 들어온 문을 열었다.들어가자마자 털썩하고 그녀는 침대위에 엎어지듯 쓰러졌다. 다리가 피곤해, 같은 걸 말하면서 한숨을 쉬고 있다.나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장난칠 생각으로 스승의 이름을 부르며 옷장이나 서랍을 열어보았다.베갯맡의 작은 상자는 열어보고 싶지 않다.욕탕의 문을 열었을 때,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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