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학년의 겨울.아침부터 동아리 부실에 있는 코타츠에 들어간 채로 움직이기가 싫어져, 나는 빨리도 오늘 강의를 땡땡이 칠 것을 결심하였다.몇 명이 번갈아 들려서 편의점의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나타나 코타츠에서 몸을 데운 뒤에 나가버렸다. 곧 나 혼자가 되어 나도 역시 강의에 나갈까하고 생각하였지만 창밖을 보고, 겨울 하늘에 목을 움츠리며 다시 한 번 코타츠에 깊숙이 잠겨드는 것이었다.졸음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그대로 뒤로 누워버렸다. 그 자세인 채로 손을 뻗어 머리 위쪽에 있는 선반을 뒤져서, 옛날 동아리 노트를 꺼내 읽는데 빠져들었다.문득, 선반 끝에서 노트가 아닌 소책자를 찾아내었다. 천천히 잡아 꺼낸다. ‘추적’이라고 하는 제목이 표지에 붙어있다. 뭔가 꽃을 형..
눈을 뜨자, 그 반전한 시계가 사라진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도어에 눈이 멈춘다. 정확히는 거기 열린 조그마한 문구멍, 도어스코프다. 무엇인가 움직이는 기척. 순간, 스코프 주위의 금속이 반짝 빛난다. 밖의 통로에서 형광등을 반사한 것일까. 그리고 금세 구멍이 어두워진다. 누군가 있다. 그 동그란 구멍에서 이쪽을 보고 있다. 눈을 깜빡인다. 또, 내가 보인다. 혼선된 시계가 저쪽이 보고 있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는 것처럼,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저쪽에게도 보이는 것일까. 그래서 쫓기었다? 매미가 울고 있다. 높은 소리로. 귀 바로 옆에서. 발에 땜질을 한 것처럼 움직이지 못한다. 문 너머의 기척이 강해진다. 통 통하고 노크가 두 번. 그렇지만 그것은, 이상하게 뭉그러진 것 같은 소리였다. 통 통이라고 하..
스승의 집을 나와서 자전거를 타고 한동안 마을 안을 돌아다녔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정보가 너무 많다. 관보의 무기질한 기사 안에서 무수한 사람들의 다양한 죽음을 간접 체험한 나에게, 사람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사람의 존엄이란 무엇인가, 멋대로 떠오르는 그런 의문들에 대한 답들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돌았다. 결국, 쿠로타니라고 하는 스승의 아는 사람으로부터 사들인 비디오는 역무원들의 괴담 비슷한 소문 안에서만 존재해야했을, 기과한 죽은 자의 모습을 한구석에 담아낸 것이었다. 그리고 그 비디오는 공양하기 위해 절에 보내졌다. 뭔가 이상하다. 전 역무원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관보까지 조사해서 우리들은 그 죽은 자의 정체, 아니 그 발끝에 도달했다. 그러니까 그 비디오가 무서운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도서관에는 오래된 관보도 놓여있겠지.” 나는 스승에게 감사를 표하고 집을 나왔다. 물론 도서관을 가기 위해서다. 대학 도서관에 가보았지만, 좀 오래된 관보는 놓여져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어서 자전거를 타고 공립도서관까지 갔다. 그리고 사서에게 물어보자, 닳은 부분은 조금 있지만 타이쇼 시대에서부터 이 지역의 관보는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기뻐하며 열람을 희망하였지만, 안내된 서고의 막대한 관보의 수는 곧 나를 진저리 치게하였다. 일단 최근의 관보부터 순서대로 끈을 풀어나갔다. ‘호외’의 ‘광고’, ‘제반 사항’, ‘지방공공단체’, ‘행려사망자 관계’ 처음에는 어디에 기재되어있는지 몰라서 고생했지만, 익숙해지니 매호 매호 대체적으로 실려있는 페이지를 알 수 있었다. 팔락팔락하고 넘겨간다. “본적, 주..
다음 날, 오후 지나 잠에 깬 나는 스승의 집에 전화를 했다. 10회 정도 발신음을 들은 후에 수화기를 놓는다. 다음엔 휴대전화로 걸어보았지만, 전원이 끊어져있든가. 전파가 닿지 않는 장소에 있는 것 같다 정도 밖에 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어제 키타무라씨가 알려준 전 역무원이라고 하는 선배 집에 들러보기로 하였다. 수업에 나간다고 하는 선택지 따위는 이미 없었다. 지갑 안을 확인해본 다음, 사서 들고 갈 일본주 브랜드를 정한다. 예정 외의 소비다. 이 돈이라면 비디오를 몇 개나 빌릴 수 있을 것인데. 집을 나와 자전거를 탄다. 햇빛이 강하다. 최근 며칠간은 시원하였는데 오늘은 제법 덥다. 올해도 또 여름이 오는 구나. 도로변을 달려 이윽고 그 주소에 해당하는 곳에 도착하였다. 주택가에서 있는 흔..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친 순간이었다. 부와앙이라고 하는 부풀어오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나 싶더니 카메라 앵글의 구석, 플랫폼 화면 구석에서 탄환같은 덩어리가 달려 들어왔다. 열차다. 열차가 지난다. 플랫폼 가운데를. 그 회색 상자는 잔상을 남기며, 화면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달려간다. 나는 눈을 커다랗게 뜬 채로 텔레비전 앞에서, 몸을 경직시킨 채 숨을 멈췄다. 있어서는 안 될 광경이다. 몇 번이고 반복하며 재생했는데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던 비디오가,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 불길한 모습으로 변모해버린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목을 움츠리듯 주위를 둘러본다. 스승의 낡은 아파트 방안이, 콩알 전구의 빛 아래에서 어둡고 조용히 침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뭔가 무서운 것이 일어날 듯한 전조는 없다. 귀울림도 없..
대학 2학년의 초여름이었다. 나는 오컬트 스승과 함께 산을 향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이 손에 들어 올 것 같거든.”이라고 말해서 어슬렁어슬렁 따라는 왔는데, 그의 ‘재미있다’는 일반 사람과 사용법이 다르므로 처음부터 각오는 했지만, 가는 곳이 절이라는 것을 알고 더욱 긴장이 되어왔다. 뭐라더라, 지인의 절이라고 했던가. 그 쪽에서 연락이 온 것 같았다. 시내에서 1시간 이상 차를 타고 왔을까. 스승이 ‘여기다’라고 말하며 갑자기 차를 세웠다. 주위는 밭으로 둘러싸여있었고 산 틈 사이로 오후의 상쾌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낡아빠진 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자, 작은 규모의 삼나무 숲 너머로 본당이 있는 것이 보였고 옆에 꾸며진 정원에는 탁한 못이 소리도 없이 파문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진종의 절이야..
대학 1학년때 이야기다.그 무렵 아파트에서 자취를 하던 나는 잘 때 늘 꼬마전구를 켜고 잤다.본가에 있을 때는 그조차도 켜지 않을 때가 많았지만.아파트에 하나 밖에 없는 베란다쪽 창문에는 두꺼운 커튼이 달려있었는데 밤에는 언제나 커튼을 빈틈없이 여몄다.그래서 꼬마전구까지 꺼버리면 밤중에 잠에서 깼을 때 주변이 온통 캄캄한데, 그 속에서 전등끈을 찾기 위해서도 손을 더듬는데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그게 싫었던 거겠지. 어느 날 밤, 늘 그렇듯 불을 끄고 꼬마전구만 켠 채로 침대에 드러누워 잠들었다.심야 12시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그때부터 얼마나 잠들었던 것일까.의식의 공백기간이 갑자기 끝나고, 머리가 반쯤 각성했다. 눈을 뜨는 것으로 자신이 깨어났다는 것을 알았다. 주변은 밤바다의 바닥처럼 조용했다..
스승과 길을 걷고 있었는데, 초등학생 한 무리와 스쳐지나갔다. 집단 하교인걸까. 모두 란도셀을 매고 있었다. 노래가 들린다. “1학년이 된다면 1학년이 된다면 친구 100명 만들 수 있을까 100명이서 먹고 싶구나 후지산 위에서 주먹밥을 우적 우적 우적하고“ 나도 모르게 흐뭇한 얼굴이 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일까. 걸어가면서 모두 목소리를 하나로 하여 노래 부르고 있었다. 나랑 똑같이 그 쪽으로 시선이 향하였던 스승이었지만, 왠지 상태가 이상하다. 왜 그러신가요, 라고 묻자 “저 노래, 싫어하거든.” 라는 답변. 기분 탓인지 얼굴도 창백해진 것 같다. “왜인가요?” “.... 무섭거든.” 무서워? 저런 귀여운 노래가? 그렇지만 장난이 아니라고 하는 듯, 그 얼굴은 어디까지나 진지하다. “어릴 적부터의 트..
대학 2학년의 봄이었다. 근처를 지나가는 김에, 오컬트 스승의 집에 예고 없이 방문했다. 아파트 문을 노크하고 열자, 방 안에는 스승이 다다미 위에 앉아 무엇인가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다가가자, 뒤를 돌아본 채의 스승과 눈이 마주쳤다. “여어” 탁상 거울이라고 하기에는 크고, 전신 거울이라고 하기에는 작은 어중간한 크기의 거울이었다. 살짝 기분나쁜 예감이 들었다. “거울입니까.” 라고 물어볼 필요도 없는 것을 묻자, “응”이라고 끄덕이고 거울에서 시선을 돌려 정면을 물끄러미 보았다. 나는 그 옆에 앉아 그런 스승을 아무 말 없이 관찰한다. 뭘 하고 있는 걸까. 일단 평범하게 생각하자면, 오컬트스러운 사연 있는 거울을 입수해서 만족해하는 모습. 그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냥 자기 얼굴을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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